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중국이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인 희토류를 지렛대로 삼아 유리한 고지에 섰다.
◆ 중국 비장의 무기 '희토류'
미국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자국의 민감한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며 여러 수출통제 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의 독점적 공급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역공에 성공하면서 '자원 무기화'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중국과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이 수출통제를 협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양국 경제관계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 있어 획기적 변화"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정책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의 희토류 지배와 그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에 공급을 제한하기로 한 결정이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이 수출통제와 무역협상을 연계하도록 이끌었는데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요청했던바"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런던 합의의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휴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공급망 관련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명시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FP는 또 "양국이 이러한 변곡점에 도달한 것은 중국이 희토류 독점을 지렛대로 과감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중국이 오랫동안 뒷주머니에 숨겨온 강력한 카드"라고 평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중 기술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중국이 협상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미국은 안보 문제라는 이유에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통제를 런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게 된 것은 중국의 희토류 옥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첨단기업 대다수 '사정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자동차·방산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고통을 체감했다.
자동차 업체 미국 포드와 일본 스즈키가 생산 속도를 낮춰야 했고, 독일 폭스바겐은 협력사들에 희토류 함량이 적은 부품 등 대체재를 찾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희토류가 들어가는 부품의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있다.
독일 자석 제조업체 마그노스피어 측은 "자동차 산업 전체가 완전한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희토류 자석이 들어가는 드론, F-35 전투기 등 방산 산업과 로봇 산업도 희토류 쇼크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만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어닝콜에서 "옵티머스는 중국발 희토류 자석 이슈로 영향을 받고 있다. 로봇 팔 부분의 작동기에 영구자석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F-35 전투기 등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이 29억 달러(약 4조원) 규모에 달한다.
다만 중국이 단기적으로 희토류 분야 우위를 유지하더라도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동시에 미국을 지나치게 밀어붙여 미국이 대중 희토류 의존을 낮추고자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또한 중국은 신뢰할만한 공급자라는 평판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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