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관세 협상 여지 남겨 두면서 '상대국 압박 수위 높이기' 전략

트럼프 "무역시한 연장 가능하지만 필요는 없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성실한 협상국 유예 연장'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출발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출발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 상대국과의 개별 무역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내달 8일에 대해 연장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협상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케네디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무역협상 시한 연장에 대한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한 연장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협상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이제 특정 시점이 되면 각국과 협상을 하지 않고 그냥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이것이 계약이다.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결정하라"고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과거 유럽연합(EU)에 경고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각국에 미국 측 조건을 일방 통보하고 수용 여부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뒤 9일부터 90일 간 관세를 유예하고 각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유예 만료일인 7월 8일까지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호관세가 재부과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같은 날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무역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미국과 성실하게 협상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유예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8개 주요 교역국 중 다수는 좋은 제안을 내고 협상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지만 연장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연장 가능성'과는 다소 온도 차를 보인다. 이 같은 태도는 무역 상대국들에게 조속한 협상 마무리를 촉구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 한국 등 약 15개국과 협상하고 있다"며 "전 세계 150개국이 넘는 국가와 모두 협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의 우선순위를 밝히면서 수용 불가 시 미국 측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관세가 적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는 또 "약 열흘 또는 2주 내에 각국에 서한을 보내 미국의 계약 조건을 통보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한을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2~3주 이내에 상호관세 안내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기준 3주 이상이 지나도록 관련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개막 공연을 영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관람했다. 케네디센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 전쟁'의 상징적 공간으로 삼아온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사회를 교체하고, 자신이 직접 이사장을 맡은 데 이어 보수 성향 측근인 리처드 그레넬을 임시 사무국장에 임명했다. 이후 성소수자 이슈를 다룬 공연을 전면 중단시키며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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