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두 테헤란 떠나라"… SNS 소개령 내린 트럼프 대통령

G7 회담 조기 귀국하며 이란 압박
SNS로 사실상의 소개령 내려
중국도 자국민에 "이스라엘 떠나라"
이란은 휴전·협상 희망 신호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외곽으로 향하는 59번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외곽으로 향하는 59번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즉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떠나야 한다"고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적으며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G7 정상회담 일정이 진행 중이던 때 올린 글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엑스(X·옛 트위터)에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에 대통령이 G7 일정을 단축해 오늘 밤 만찬 후 귀국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자세를 고쳐 잡고 있다. 핵 협상장에 다시 나갈 수 있음을 피력하는 한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국가에 휴전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개령(疏開令)' 내린 미국과 중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한 '합의'에 서명했어야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며 인간 생명을 낭비했는가", "이란은 하나의 핵무기도 가질 수 없다고 누차 말했다" 등 노골적으로 이란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덧붙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미국인들에게 사실상의 '소개령'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이란 민심의 동요와 이란 정부의 결심을 앞당기는 걸 노린 심리전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를 향한 대피 촉구 메시지는 끊이지 않는다. 테헤란으로 가는 하늘길이 열린 듯 이스라엘군도 엑스에 "이스라엘군은 테헤란 3구 지역에서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작전을 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두 차례 공습으로 이어지며 테헤란 북부에 있는 이란 국영 방송사(IRIB)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란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던 통신센터를 정밀 타격했다"며 "이란군은 이 건물을 민간 활동으로 위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방이 격화되면서 이스라엘 주재 중국 대사관도 현지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육로를 통해 이스라엘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사관은 소셜미디어(SNS) 위챗 공지를 통해 "민간 시설이 훼손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증가하는 등 보안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스라엘 영공이 폐쇄된 상태이므로 요르단으로 향하는 육로를 거쳐 이스라엘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여러 건물이 파괴된 현장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여러 건물이 파괴된 현장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상호 공격 중단' SOS 신호 보낸 이란

테헤란과 텔아비브 등 양국의 주요 도심을 겨냥한 공습이 이어지면서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다급히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5일 오만에서 6차 핵협상을 열기로 했지만 그에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공습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란은 입장을 바꿔 무력 공방 억제가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이란은 또 만약 미국이 이란 지하 핵 시설 공격을 벙커버스터 등 첨단무기로 지원할 경우 상황은 달라지기에 핵 협상 재개 조건으로 이스라엘을 미국이 지원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현재 이란 영공에 전투기를 자유롭게 보낼 정도로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더 파괴하고,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기 전에 공세를 중단할 여지는 희박하다고 WSJ은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란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에 이스라엘과 휴전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WSJ 보도와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놀랍지 않다. 그들은 거짓말하고, 속이고, 미국을 함께 엮는 이런 가짜 회담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핵무기와 대규모 탄도미사일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회담 중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을 계속 조성하고 싶어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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