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年樹木 百年樹人(십년수목 백년수인·십 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백 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기르라)". 중국 제나라 사상가 관중(管仲)의 말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이 문장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경북 대부분 지자체는 이미 인구 감소의 끝자락에 서 있다. 초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 지역 경제의 침체가 겹치며 마을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떠나는 농촌'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사람이 머무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전력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경북 상주시 함창읍과 낙동면이 본격 착공에 들어간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위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상주시가 유치해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정부의 시범 사업이다.
사업비 450억원이라는 그 규모보다도 '방향'이 돋보인다. 과거처럼 보건지소 하나, 복지센터 하나 건립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 중심의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함창읍에는 기존 보건지소와 행정복지센터를 통합한 '복합생활센터'가 세워지고, 청소년 문화공간과 노인복지시설 리모델링도 함께 이뤄진다.
지역 아이들과 어르신, 젊은 부모 세대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숨 쉬는 '공공 거실'이 들어서는 셈이다.
낙동면 역시 마찬가지다. 182억원이 투입되는 '낙동 생활 SOC 복합센터'는 단순 행정 기능을 넘어, 주민이 문화와 복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역 중심 공간이 될 예정이다.
이처럼 행정과 주민 삶의 경계를 잇는 공간은 지역의 '살맛'을 지키는 마지막 울타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대목은 '주민 주도'라는 점이다. 관에서 지어 주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이 기획에 참여하고 운영에도 주체로 나서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무엇을 지을까'에 집중했다면, 이젠 '누가 어떻게 쓸까'가 훨씬 더 중요한 목표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공간 정비가 아닌,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재생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농촌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이번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착공 이후가 진짜 승부다.
공청회에서 나오는 목소리, 주민 간 갈등, 예산 운영의 투명성, 공간의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까지 하나하나 신중하게 풀어 나가야 한다. 마을은 돈으로만 살릴 수 없고, 행정력만으로도 채울 수 없다.
주민의 마음이 모이고, 일상이 모이고, 이야기가 모일 때 비로소 공간이 '살아 있는 마을'이 된다. '함께 만드는 농촌'이라는 상주시의 방침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은 오랫동안 '지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회의 공간'으로 재해석돼야 한다. '떠나는 농촌'이 아닌 '돌아오고 싶은 농촌', 잠시 거치는 곳이 아니라 '삶의 뿌리를 내리는 터전'이 돼야 한다.
상주시가 이번 사업으로 보여 주려는 그림은 바로 그것이다.
지역 소멸이 현실이 된 시대, 우리는 이제 '인구'를 붙잡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삶'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농촌은 작지만 단단해야 하고, 작지만 포용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상주시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은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닌,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공간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미래를 향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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