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안동에서 경상북도체육회관 건립 기공식이 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체육회관 건립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 체육회 동료들이 경북체육회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터라 누구라 할 것 없이 분기가 가득 올랐다.
필자는 20년 전(2005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청산위원장을 맡아 1년여 동안 사력을 다해 체육회관 설립을 위한 종잣돈(150억원)을 마련했다. 20년이 지났으니 이자를 포함해 300억원은 족히 될 것이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는 2003년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되었다. 선수만 174개국에서 4천179명이 참가한 대회로 중국(금메달 41, 은메달 27, 동메달 13), 러시아(금메달 26, 은메달 22 동메달 34)에 이어 우리는 금메달 26, 은메달 12, 동메달 17개로 3위를 달성했다. 광고비 수익 등의 잉여금이 813억원이나 된 성공한 대회였다.
경상북도는 대구시와 한 몸이었다. 대부분 선수 자원이 대구경북 지역의 대학생으로, 20여 대학이 몰려 있는 경산시를 비롯하여 도내 7개 시·군의 16개 경기장이 운영되었다. 경북체육회 회장인 이의근 도지사, 부회장이었던 나와 조창현 사무처장을 비롯한 많은 인사가 대회 성공을 위해 연일 회의를 열었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북 지방비 67억원을 포함한 113억원이 투자되었다.
경북체육회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고 개최한 대구시 대회조직위원회 해산총회에서 잉여금 중의 일부를 경북체육회관 건립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경북도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체육회관이 없는 4개 광역단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대구시 대회조직위원회는 법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해결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경북체육회 이의근 회장은 도지사직을 겸하고 있어 필자가 부회장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산위원장에 피선됐다. 나를 비롯한 체육인들은 조해녕 대구시장을 설득했고 문체부 관련 공무원을 여러 차례 만나 설득했으며 때로는 싸우기도 하여 잉여금 중 150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 자금이 경북체육회관 설립의 종잣돈이다. 나와 조창현 사무처장이 쓴 개인 경비는 제외하더라도 그 과정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다. 당시 150억원이면 리모델링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공간과 건물이 여럿 있었으나 그냥 20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냈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경북체육회관 건립을 있게 한 전임 경북체육회 임원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 일도 도리가 아니다. 또한 회관 건립에 관한 전임 임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보지 않은 것도 서운한 일이다. 자칫 탐천지공(貪天之功)의 누명을 쓰지 않을까 걱정된다.
조그마한 음식점을 창업하더라도 접근성, 음식의 질, 서비스 중 어느 하나라도 좋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 찾는 사람이 없어 첨단 시설이 늘 잠겨 있는 죽은 공간이 되거나 지역민들의 취미 활동 공간 또는 공무원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연구와 교육 기능이 살아 숨 쉬는 도민의 체육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운영 상황은 항시 웹(web)상에 공지되어 그 실적이 체육회장 선거에 반영되는 주요 지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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