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音速)보다 빠른 항공기는 꽤 오래전에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초음속 전투기가 제작됐고, 1962년엔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손잡고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나섰다. 1969년 11월 마하 2, 즉 음속의 2배 비행에 성공했고, 1976년 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에도 나섰다. 종전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운 역사적 항공기의 이름은 바로 '콩코드'다. 안타깝게도 콩코드의 역사는 길지 않았다. 초음속 돌파 때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轟音)과 좌석이 매우 좁은데도 다른 항공편 이코노미의 15배에 이르는 요금이 걸림돌이었다. 결정타는 2000년 7월 25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을 출발하던 콩코드가 이륙 중 폭발해 탑승객 109명 전원이 숨진 사고였다. 콩코드 결함은 아니었고, 앞서 이륙한 비행기가 활주로에 떨어뜨린 금속조각이 원인이었다. 2003년을 끝으로 콩코드는 박물관 신세를 지게 됐다.
20년 넘게 잠잠하던 초음속 항공기 시장이 들썩인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록히드 마틴은 공동 개발하는 초음속 항공기 X-59의 첫 시험비행을 앞두고 마지막 활주(滑走) 테스트에 나섰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마하 1.4(시속 1천489㎞)로 비행한다는데, 프로젝트명 '조용한 초음속 기술'에 걸맞게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1월엔 미국 초음속기 개발업체 붐 슈퍼소닉이 시험 제작기 XB-1의 12차 시험비행에서 처음 음속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민간업체로는 최초다. 2030년까지 마하 1.7(시속 2천80㎞) 속도의 60~80석 규모 여객기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덫에 걸려 한 세대 가까이 진전이 없던 항공기 산업에 새 장이 열리고 있다. 반나절이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시대가 온다. 항공 산업뿐 아니라 여행과 무역에도 전기(轉機)가 마련되는 셈이다. 기술적 진보만이 아니라 경제성과 환경 파괴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2030년대 초음속 항공기가 창조할 지구촌의 변신은 고속열차가 이뤄 낸 변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차세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산업은 초음속 항공기일 수도 있다. 터무니없다고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 50년 전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어느 누가 장담했던가.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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