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방문을 통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특유의 정치적 쇼맨십을 펼치는 장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월 해임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카메라 앞에 파월 의장을 세워 무능한 관료로 연출하면서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청사 개보수 현장을 둘러보는 명목으로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를 찾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흰색 안전모를 쓰고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공사 비용 문제를 두고 즉석에서 설전을 벌였다.
그는 "방금 나온 자료"라며 양복 상의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파월 의장에게 건네며 공사 비용이 27억달러에서 31억달러로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개보수 비용이 과다하다는 빌미로 파월 의장을 카메라 앞에서 몰아붙이려 한 셈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례적인 연준 방문이 트럼프식 국정운영의 특징인 쇼맨십을 보여준다면서 "화려한 부동산 프로젝트와 리얼리티 쇼로 브랜드를 구축해온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은 8년 전 임명한 파월 의장을 예산 초과의 개보수 공사를 주도하는 무능한 관료로 연출하기에 알맞은 TV용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단호하게 대응했다. 종이를 잠시 살펴본 파월 의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5년 전 리모델링을 마친 제3 청사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바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프로젝트의 일부"라며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파월 의장은 "새로 지은 건물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 정상과 참모진의 아첨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틀렸다"고 말하는 고위 관료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장면이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공사장 한복판에 불과 30㎝ 정도 떨어져 나란히 서 있던 두 사람의 어색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파월 의장에 대한 태도를 바꾸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취재진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난스럽게 파월 의장의 등을 툭 치며 "금리만 좀 내려주면 좋겠다. 그 외에는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현장에 팽팽하게 감돌던 긴장감이 약간 누그러지며 관계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퇴를 압박해온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연준 공사 현장 방문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해 "그건 큰 조치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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