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더 열전]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봉사단 회장 "정부는 방치된 광복 기념물 조사·발굴 및 보존에 관심 가져야"

대구 동구 '광복소나무' 발굴 장본인
후손 없는 독립운동가 서훈 받도록 지원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봉사단 회장. 이현주 기자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봉사단 회장. 이현주 기자

대구시 동구 평광동 단양 우씨 재실 첨백당 앞에 서 있는 수령 100년의 소나무. 1945년 해방을 기념해 단양 우씨 집성촌 청·장년들이 심은 것이다.

이 소나무가 알려진 것은 2004년, 당시 대구 동구 도평동 최주원 동장이 소나무 유래를 조사하면서다. '광복소나무'란 이름도 그때 붙여줬다.

그만큼 광복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공직 퇴직 후 관련 행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2013년 8월 15일 '광복소나무사랑모임 봉사단'을 창립하고 매년 광복소나무 무병장수 기원행사, 정기 모니터링을 통한 보호·관리, 유래비 건립 등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 창립과 함께 회장도 줄곧 맡고 있다.

창립을 계기로 그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광복 기념물 발굴·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봉사단 차원에서 직접 착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재까지 기념 식수(소나무) 5곳, 기념비·탑 18곳 등 총 23곳을 발굴했다.

이를 바탕으로 봉사단은 이달 한 달 간 광복회대구지부 항일 독립운동 체험학습관과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에서 전국 최초로 '광복 기념물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잊혀져 있던 독립운동사를 세상에 알리고 후손 없는 독립운동가가 서훈을 받도록 하는데도 일조했다. 2018년 대구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동구 미대마을에서 인천 채씨 문중 등 8명이 주도한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다.

이후 이 운동을 재조명하기로 마음먹고 이듬해 채씨 문중 및 공산지역 유지들과 '미대 여봉산3·1독립만세 기념비 건립위원회'를 발족한 그는 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자료를 손수 정리하고 미대마을 앞 공원에 기념비를 제막했다. 2020년에는 애국지사 8명 중 후손이 없어 독립운동가로 등록받지 못한 권재갑 선생이 마지막으로 등록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그는 입증자료와 공적조서 작성,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서 제출 등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았다. 2024년엔 여봉산3·1독립만세 기념비의 현충시설 지정을 신청해 올 4월 공식 지정됐다.

이 밖에도 그는 태극기 기증 및 달기 운동, 대구 찬가(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구 사랑, 나라 사랑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행정안전부장관상, 대구시장상, 금오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광복소나무가 대구시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고 대구시티투어 코스에도 선정돼 역사교육 체험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며 "나아가 무관심하게 방치된 광복 기념물에 대해 정부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존해 후세에 물려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대구 경제 발전과 인재 육성의 밑거름이었던 대구사과에 대한 '역사문화체험관'이 꼭 건립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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