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관세 협상 와중에 '노란봉투법' 엇박자, 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미 관세 협상 막바지 히든 카드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가운데, 여당(與黨)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4일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2조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정부의 협상 전략에 어깃장을 놓는 황당한 행태다.

MASGA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 기업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 등이 요구된다. 그러나 불법 파업 손해배상청구 제한, 경영진 법적 책임 확대, 원청 업체가 하청 기업 노사 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해외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국내 조선 노동자들의 쟁의(爭議) 행위가 가능하게 된다. MASGA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협상 카드에 만족할 리 없다는 생각이다.

또 이제 관세 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국내 투자 기업들은 폭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1차 협력사만 각각 1천430개, 2천420개이다. 현대·기아차는 1~3차 협력 업체가 5천여 곳에 이른다. 원청 기업이 모든 협력 업체 노사쟁의의 당사자가 된다면 사실상 1년 내내 노사 교섭만 하고 기업 활동은 그만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경제의 파멸(破滅)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아예 400여 곳의 한국 투자 기업들이 철수(撤收)할 수 있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역시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국제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두서 없고 앞뒤 다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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