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의 전례 없는 위기다. 22대 국회 최다선(6선)으로 2004년부터 22년째 국회를 지킨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부의장실에서 매일신문과 만나 당의 현재 상황과 이재명 정부에 대한 염려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당이 위기다. 원인이 어디에 있나.
▶옛날 같으면 위기에 처하도록 당을 이끌었던 주류가 뒤로 빠지고 비주류들이 나와서 수습했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이 원인은 주류·비주류가 공존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있다. 계엄이나 탄핵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너무 크다. 인적 청산론은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총선까지 많이 남아서 다급함도 부족하다.
-민주당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많다.
▶민주당은 죽기살기식으로 정치하고, 우리 당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식이다. 절박감이나 전투력이 없다. 우리 당에는 다른 영역에서 이미 커리어를 쌓은 고관대작들이 많다. 민주당은 일찍이 정치권에 투신해서 정치를 평생해야 할 사람들이 당내에서 경쟁하면서 커왔고 전투력도 있다. 짧게 얘기하면 그 차이다.
-지도부와 혁신위에 대한 평가는?
▶책임의 순서를 따지는 말들이 나오고, '저 사람들이 책임 안 지는데 누가 책임져' 하는 분위기가 돼 있다. 결국 '격화소양'(隔靴搔癢),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수사 받는데도 달라진 게 없으니 우리가 지지자들한테 욕밖에 못 듣는다. 현 정권이 무리한 것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견제도 못하고 있다. 대단히 아쉽다.
-특검수사가 거세고 위헌정당 심판론도 나온다.
▶대단한 위기다. '혁신 흉내'로는 성공할 수 없다. 혁신하려면 아픔을 각오해야 한다. 혁신위, 혹은 차기 지도부가 혁신할 힘을 얻으려면 당내 지지, 국민의 지지라는 두 가지 방법을 써야 한다. 이걸 얻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을 고민해야 한다. 자기 희생이 그 방법일 수 있다.
-보수 통합에 대해.
▶과거에는 당 안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냉랭했을지언정 적대감은 없었다. 그래서 위기가 생기면 주류가 과오를 인정하고 뒤로 빠지고 비주류가 와서 수습해 나갔다. 지금은 다르다. 20대 대선에서 0.73%p 차이로 겨우 이겨놓고 분열의 정치를 했다.
-최다선 국회부의장이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책임도 적지 않다. 다만 나는 겉으로 드러내는 정치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고 화만 돋울 뿐이라고 본다.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지만 물밑에서 그 책임을 방기하지 않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전당대회 전망은.
▶당이 잘못될 때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게 초선들의 역할이다. 누가 되더라도 당이 반쪽 당이고 제대로 정비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이 크다. 우리 당의 기존 잘못된 과거와 결별해야 당이 살아날 길이 있다고 본다. 실패했으면 실패에서 벗어나는 방향성을 가져가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선 직후 지방선거면 여당이 여세를 몰아가지만, 남은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의 실기(失期)가 가장 큰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쯤부터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한 걸로 안다. 현지 조사를 마치고 단수공천·경선 지역을 내부적으로 다 갖고 있는 걸로 안다.
반면 우리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준비하면 공천 작업이 이미 늦다. 최종 결심은 그때 하더라도 자료조사부터 해놔야 한다. 늦게 경선하면 떨어진 사람은 협조 안하고 후유증이 생긴다. 외연 확장이나 정책 어젠다 선점도 후보가 안 정해지고는 어렵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지역은 지금이라도 사람을 찾아서 터를 닦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새정부 50일 평가는?
▶인사청문회를 보자. 나는 일국의 장관이 될 사람은 과도한 검증을 견뎌내야 된다 본다. 그리고 의원이 청문을 받으면 더 엄격해야 한다 본다. '지기추상 대인춘풍' 아닌가.
그런데 자료 안 내서 청문회를 무력화하는 짓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본질을 깨는 거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 도입 20년 가까이 됐는데 초기에 주민등록법 위반했던 총리 후보자 같은 경우 다 낙마했다. 현재는 인사청문제도가 '이런 사람도 되네' 하고 공직사회를 더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부처의 핵심 가치에 반하는 장관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관철했어야 한다. 논문표절, 약자에 갑질한 교육부·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국방부 장관도 있었다. 자신의 병적 기록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국방부 장관은 국민과 언론이 용납하면 안 된다.
-법사위 등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도 여전하다.
▶민주당이 가져갈 거면 입법 과정이 정교해야 한다. 우리는 다수당만 되면 거친 법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니까 상임위원장 분배로 견제·균형을 만들어왔던 건데 걱정이다. 기존에도 위헌 법률이 1년에 10건쯤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위헌 법률이 훨씬 더 나올 거다. 민주주의의 커다란 위기다.
-이 대통령 재판 중단 문제를 놓고도 시비가 있다.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할 사람이 대통령이다. 민주당이 겁박하니 법원이 꼬리를 내렸다. 3천명 판사 중 이걸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의 사법사에서 가장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사건으로 남을 거다.
-소수야당의 지역구로 전락한 TK, 지역현안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야당 의원이 많은 지역이라고 무시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들리는데, 논리로 설득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될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0%선 붕괴…20대 부정 평가 높아
진성준 제명 국회청원 등장…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벌써 국회행
농식품장관 "쌀·소고기 추가 개방 없어…발표한 내용 그대로"
김건희특검,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완강 거부"
조경태 "당 대표 되면 李대통령과 산업부 대구 이전 본격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