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복되는 SS기 전복·추락 사고…농민 생명 위협하는 '흉기' 전락

잇따른 전복 사고…"농사 도구 아닌 흉기" 전락
구조적 결함에 고령 운전자까지…사고 위험 높아
야간 작업·폭염 겹쳐…제도적 대책 마련 시급

농촌 과수 농가에서 주로 방제나 운반 등에 사용되는 SS기. 독자 제공
농촌 과수 농가에서 주로 방제나 운반 등에 사용되는 SS기. 독자 제공

농촌에서 과수 농가의 방제작업에 널리 사용되는 SS기(Speed Sprayer)가 고령 농민의 농기계 사고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8분쯤 청송군 부남면 한 과수원에서는 SS기를 운전하던 A(70) 씨가 기계에 깔린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같은 달 28일 오전 6시 26분쯤 문경시 문경읍 한 과수원에서 B(52) 씨가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SS기를 운전하다 전복돼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 농기계로 인한 사망자는 ▷2023년 38명 ▷2024년 32명 ▷2025년 7월 현재 2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당수가 SS기로 인한 사망 사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SS기 사고 유형은 ▷경사면에서 무게중심이 쏠리며 기계가 전도되는 경우 ▷전진 중 뒤를 살피다 앞 나뭇가지에 걸리는 경우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제동을 제때 하지 못해 추락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특히 과수원은 경사와 잡초, 좁은 통로 등 지형 조건이 까다로워 SS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SS기의 구조적 결함도 있다. SS기의 약통에 약을 가득 실은 상태로 경사면을 주행하면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 전복 위험이 커진다. 안전벨트, 에어백, 지붕 등의 보호장치가 없어 전복이 되면 충격을 운전자가 고스란히 받는다. 이 때문에 사고를 당하면 중상을 넘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고령 운전자와 기온 등 외부 요인도 작용한다. 농촌에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농기계에 의존하는 빈도는 높아지는 반면 판단력·운전 능력 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민은 "요즘 농촌에선 70, 80세도 청년 소리를 듣는다"며 "자동차 운전면허는 반납했지만 여전히 농기계를 운전하는 고령자가 많아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여름철 폭염도 변수다. 더위를 피하려고 새벽이나 야간 시간에 작업을 하는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렵고, 급경사나 협소한 농로에서 순간적인 판단 잘못이 사고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농촌진흥청은 SS기 안전수칙을 홈페이지에 상시 게시하고, 지자체를 통해 관련 교육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구조 개선, 안전장치 마련, 연령 제한 등 실질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송군 관계자는 "농기계 취급에 대한 안전교육은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조작 등의 문의사항은 농업기술센터에서 항시 상담하고 있다"며 "누구보다 농기계를 취급하는 당사자가 언제든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고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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