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성철, 李 향해 "정준희, 국방일보 발행인 임명하라"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 페이스북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 페이스북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준희 미디어와사회시스템연구소 대표를 국방일보 발행인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 요구, 살짝 비틀어서 봐야 한다.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는 최근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의 취임사를 편집, '내란' 언급을 삭제한 채 게재했고,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방일보가 장관님의 취임사를 편집해서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던데, 기강을 잘 잡으셔야 할 것 같다. 심각하다. 국방부 장관이 한 취임사를 편집해서, (취임사 내용 중) 내란 언급은 싹 빼버렸다더라"고 비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채일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 연합뉴스, 국방홍보원 홈페이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채일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 연합뉴스, 국방홍보원 홈페이지

국방일보 발행인은 채일 국방홍보원장으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 공보특보를 맡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방홍보원장에 임명됐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옹호 기사 작성 및 국방일보 1면 게시를 지시하고, 이재명 정부 시기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 간 전화통화 기사와 G7 정상회의 관련 기사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와 국방부 감사가 착수되기도 했다. 이어 안규백 장관 취임사 '내란 언급 삭제' 논란까지 불거지며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안규백 장관에게 '기강 잡기'를 권한 상황이다.

▶이에 장성철 소장이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준희 대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인데, 그 배경은 이렇다.

장성철 소장은 이날(2일) 오후 10시 2분쯤 페이스북에 정준희 대표의 미디어와사회시스템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해시칼리지의 유튜브 채널인 '정준희의 해시티비'에 지난 1일 올라온 '이준석, 장성철의 말은 평론이 아니라 쇼'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을 공유했다.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정준희의 해시티비 유튜브 화면 캡처

이 영상에서 정준희 대표는 장성철 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을 "이런 부류들"이라고 묶어 이들이 방송에서 구사한 부적절한 표현 예시를 전하며 "방송을 너무 많이 해서"라고 분석했다.

이어 두 사람을 두고 "빠꼼이들이기 때문에"라고 언급(자막은 '지나치게 계산적인 부류'로 설명), "여기서 돈을 많이 주느냐, 저기서 돈을 많이 주느냐, 이거에 따라 되게 대하는 게 다르다. 그러니까, 많이 안 볼 것 같고, 크게 영향도 없을 것 같으니까, 대충 말하고 오는 것이다. 방송 하나하나마다 애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은 평론할 자격 없어'라는 자막이 곁들여졌다.

이는 쇼츠 제목처럼 장성철 소장과 이준석 의원의 방송 출연 태도 내지는 출연해서 구사하는 말의 '품질'에 대해 비판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장성철 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준희 개XX, 재수없는 놈'이라고 제 지인이 저에게 얘기하길래 정(한양대학교 ERICA(에리카)캠퍼스 미디어학과) 겸임교수님은 희대의 지식인이고, 냉철하고, 차분한 사람이다. Mbc 백분토론도 여러 번 함께 해서 그 사람의 고매한 인품도 내가 보증한다고 했다"면서 "다른 분들이 정준희 님을 '입이 더러운 천박한 어용 지식인'이라고 욕해도, 저는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학자라고 생각한다"고 곁들였다.

이어 "바라옵건데 정준희 겸임교수님을 이재명 대통령께서 얼마 전 물의를 빚은 사람(채일 국방홍보원장)을 해임하고 국방일보 발행인으로 임명하셔서,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에게 올바른 언론관과 싸가지 있게 다른 사람 평가하기 등등을 참교육 시키는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정준희 대표를 신임 국방일보 발행인으로 추천했다.

그는 "자꾸 손으로 얼굴 만지면, 얼굴 썩는다. 조심하시라. 입은 이미 썩어서 구취가 나는데"라고 영상에서 정준희 대표가 말을 하며 왼손으로 거듭해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가리킨듯한 언급도 덧붙였다.

장성철 소장의 페이스북 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준희 대표를 국방일보 발행인으로 추천한 것을 포함, 상당수 반어법을 활용하는 등 에둘러 비판을 가하는 내용들로 구성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정준희 대표와 장성철 소장이 한차례씩 서로에 대한 디스(Dis, 공격)를 주고받은 상황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주로 기성 정치인들이 수위 높은 비판 내지는 비난을 주고받는 요즘 정치판 분위기와 닮았다.

물론, 힙합을 비롯한 여러 대중문화가 디스 형식을 통해 당사자들의 '직설'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흥행력을 키웠고, 이에 정치계는 물론 시사평론계도 벤치마킹하는 흐름일 수 있다.

서로의 '밥벌이'를 건드린 맥락도 눈길을 끈다. 정준희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유튜브 채널에서 장성철 소장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돈' 문제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에 장성철 소장은 시사풍자의 뉘앙스로 정준희 대표의 새 취업을 언급했다.

이를 업계로 확장해 바라보면,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그 수가 크게 늘어나(기성 언론까지 하나 둘 주로 '정치'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면서 더더욱) 경쟁도 치열해진 정치유튜버와 시사평론가 등 광의의 '지식·뉴스·평론 소매상'들의 견제 구도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