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청이 조성하고 있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가 불과 3km 떨어진 같은 산의 달서구 시설과 지나치게 중복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기본계획수립 과정에서 다른 지역 자료를 베낀 사실(매일신문 2024년 9월 3일)이 확인된 데 이어 재차 비판이 제기되면서 서구청의 졸속 추진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구청은 구청장 공약사업으로 지난 2022년부터 와룡산 일대에 산림휴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내년 개장 예정으로 1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곳에는 출렁다리와 숲속 놀이터, 숲 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문제는 산림휴양단지에 들어서는 시설이 직선거리로 약 3km 거리에 달서구청이 와룡산 선원공원에 조성한 시설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숲속 놀이터와 출렁다리가 이미 달서구 시설에 들어선 데다 숲 체험장도 달서구의 모험시설과 사실상 같은 시설이다.
서구청이 인근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022년 11월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계획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대상지 분석은 서구 관할 내 주요 봉우리 위치나 숲길 현황을 살펴보는 데 그쳤다. 대전과 횡성 등 타 시도의 휴양림 사례를 제시했으나 정작 와룡산에 이미 지어진 시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구 일부 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구 평리동 주민 A씨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가 들어서는 곳은 고속도로와 인접한 산골짜기여서 서구 주거단지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택과 인접한 달서구 쪽 시설에 가는 게 편하다"며 "다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시설을 지을 돈으로 새로운 주민 편익 사업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산림휴양단지 사업의 기본계획이 허술하다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타 지자체 과업지시서를 그대로 베껴 검수 없이 기본계획수립 용역업체에 건넸고, 업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등 비과학적 속설을 담아 논란이 됐다.
이주한 서구의회 의원은 "기본 계획의 허점을 분명히 인지했음에도, 서구청은 사업을 재검토하지 않았다"며 "새롭게 기본 계획 용역을 실시하고, 그 계획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재차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청은 지역 내 주민 휴식공간이 지나치게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불가피했다며 기본 공사를 끝낸 뒤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다른 구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설이지만, 서구에는 휴양시설이 없어 사업 추진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며 "유아숲 체험원 지정, 황토길 마련 등 주민 수요에 따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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