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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조두진] 현 대통령을 위한 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지배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만이 정당성을 지닌다. 모든 개인은 법의 지배를 받으며, 권력 역시 법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지배'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라마다 역사·문화 환경에 따라 '법률'이 다를 수는 있지만, 동일한 국가 내에서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취향,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률'이 바뀐다면 정당성을 상실(喪失)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지배'나 '법을 이용한 지배' 모두 법에 따른 지배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법의 지배'가 만인에게 동일하게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면 '법을 이용한 지배'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또는 통치 수단으로 새롭게 법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합법일 뿐 내용상 정당성은 없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겠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은 특정인(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적 처벌을 막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법률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내 신상(身上)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멈춘 상태지만, 언제든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대통령 공포(公布)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3개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공포했다. 지금까지 '특검'은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야당이 농성, 단식, 대국민 호소 등을 통해 얻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야당 시절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줄기차게 발의(發議)한 것은 타당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음에도 굳이 특검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3대 특검법의 특별검사는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비교적 수사에 중립적인 '검·경'이 아니라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검사에게 수사를 맡기기 위해 특검법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을 이용한 수사인 셈이다.

'내란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 과정의 문제점들은 검·경 수사로 이미 사실관계가 거의 다 드러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더라도 검·경 수사를 방해하거나 막을 '권력'은 사라졌다. 그런데 굳이 특검으로 윤석열 정부 공직자들과 야당 의원들, 군인과 경찰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내란 프레임'으로 이용하기 위한, 법을 이용한 정치라고 본다. 자신들이 추천한 검사가 수사하는 3대 특검도 모자라 민주당은 이제 '특별 재판부'도 설치할 수 있다고 압박(壓迫)한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棄却)되자, 특검이 원하는 구속영장 발부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수사를 돕기 위해 임시 재판부를 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적용의 본질은 일반성이다.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겨냥한 법에 의한 수사와 판결은 공정성을 담보(擔保)할 수 없다. 이는 국정 운영 실력이 아니라 지지층이 기뻐할 '분풀이'로 점수를 얻으려는 얄팍한 행태로 보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나 쓰던 '입법 칼싸움'이 아니라, 국정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야당식 칼싸움'을 고집하려면 정부·여당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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