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찰력도 수도권 집중, 지방엔 경찰이 남아돈단 말인가

비수도권의 경찰 인력을 수도권에 재배치하려는 조직 개편이 추진돼 논란이다. 돈·인재·기업도 모자라 이제 경찰까지 수도권으로 집중시키려 하느냐는 반발이 거세다. 경찰청은 인구와 112 신고 및 출동 건수, 범죄 발생 건수 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 등 수도권으로 경찰을 재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시도청 간 정원 조정 계획안'을 내놨다.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收斂)한 뒤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경기남부(299명), 인천(140명), 경기북부(64명), 서울(24명)의 경찰은 늘어나고, 대구(-145명)와 경북(-94명)을 비롯해 부산(-221명), 전북(-99명), 강원(-97명), 전남(-86명) 등 지방의 경찰은 1천 명 가까이 줄게 된다. 이번 대규모 인력 재배치 이유가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에 대한 범죄 대응력(對應力)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은 민생침해범죄 피해를 입어도 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의 경우 대구는 424명, 경북은 408명으로, 경기남부(565명)나 경기북부(562명)보다 적지만, 범죄 발생·인구 대비 등 단순 비교 통계만으로 지방의 경찰을 빼서 수도권에 배치한다는 건 단편적인 발상이다. 가뜩이나 치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치안 공백 목소리가 높은데 수도권이 더 부족하다고 빼 가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실제로 지방의 지구대 경우 팀 정원에 비해 근무 인력이 부족해 교대근무하기도 힘들고, 특히 야간 근무 시엔 출동 및 지구대 대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면적이 넓어 인구는 적어도 순찰이나 치안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고 해안·도서 지역처럼 상주인구보다 유동 인구가 더 많거나 특정 시기 범죄 발생이 많은 곳도 있다. 인력 증원, 지역 특성 및 형평성 고려 없는 재배치는 또 다른 치안 공백과 업무 과부하(過負荷)를 불러올 뿐이다. 불신과 반발, 나아가 갈등 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국민 민생 치안은 실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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