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역대 최대 '쉬었음' 청년, 고용노동부 대책은 하나 마나 한 소리

두 달 연속 취업자 증가세가 10만 명대를 기록했지만 제조업·건설업 고용 부진과 청년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양상이다.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20대 '쉬었음' 청년이 42만1천 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다. 제조업 7만8천 명, 건설업 9만2천 명 등 취업자 감소세는 무서울 정도다. 두 직종 모두 13~15개월 연속 일자리가 줄고 있다. 내수를 반영한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7만1천 명 줄었는데, 44개월 만에 최대치다. 고용지표가 양호하다지만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고령층이 생계형 취업 전선에 뛰어든 덕분에 고용률(15세 이상)은 63.4%로, 7월 기준 역대 최고를 보였지만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더 떨어져 45% 선에 그쳤다.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3년 '쉬었음' 청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약 44조4천991억원으로 추정됐다. 취업 청년 임금의 80%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해 산출한 금액인데, 연평균 9조원가량이다. 같은 기간 청년 총인구는 87만 명 줄었지만 '쉬었음' 청년은 오히려 늘었다. 대학교를 마친 '쉬었음' 청년도 2019년 15만9천 명에서 2023년 18만4천 명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청년 중 상당수가 일시적 휴식이나 재충전을 이유로 들지만 정작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급격히 준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체 80% 이상은 자사 제품의 경쟁 우위가 없는 레드오션 상황이고, 60%가량은 신사업 검토조차 못 한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천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이 흔들린다. 간신히 버티는 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엄두를 못 낸다. 40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위기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래 세대의 희망이 꺾인다는 의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취업준비생 간담회에서 "양질의 일 경험과 상식적인 근무 환경은 청년의 권리"라며 '쉬었음' 장기화 청년 대상 능동적 접근,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일자리 하한선' 제도화를 밝혔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대책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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