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17년 만에 사실상 해체하고 금융감독 체계의 전면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확한 공식입장이 발표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확정은 아니지만, 가장 유력한 개편안으로는 현재의 금융위를 해체하고 지난 2008년 폐지됐던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부활시키는 방안이 주목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위가 맡아온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된다. 기재부 역시 예산 기능을 분리해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바꿔 금융정책까지 총괄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낸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통합돼 감독 기능에만 집중하는 금감위로 재편된다.
또 금감원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격상돼 독립 기구로 출범한다.
일각에서는 당정이 오는 7일 이 같은 개편안을 발표하고,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개편안이 알려지자 금융당국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엇갈리는 결과이기 때문.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금융위가 내놓은 취약계층 빚 탕감, 6·27 부동산 대책 등 핵심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요즘 금융위가 '열일'(열심히 일함) 하고 있다. 아주 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이찬진 금감원장을 임명하는 등 첫 금융당국 수장 인선까지 단행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금융위 존속'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금융위 해체설 등 개편안이 알려졌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융위가 해체될 경우 해결해야 될 현안이 수두룩하다. 당장 정책금융기관과 금융협회 등이 서울에 몰려 있는데, 금융정책 기능이 세종(기재부)로 내려 갈 경우 업무가 원활히 추진될 지도 의문이다. 개편 자체가 급하게 추진되는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제 해체설이 알려진 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국장급 내부 회의 등이 추진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전혀 공유되는 것 없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알렸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모양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4급)은 "지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간 논의가 있었지만, 보좌진들에게도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법안 처리 일정도 불확실하다. 확정되지 않았다. 금감위 신설이 추진되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조직개편안에 알려진 내용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결국 키는 정부가 잡고 있다. 공식 발표가 되기 전까지는 해당 내용이 확정일 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정이 금감위 신설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정부조직법은 물론 금융위설치법, 은행법 등 수많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야당의 반발도 변수다. 국민의힘은 조직 개편 논의 자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을 심사할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는 점은 여당에 큰 부담이다.
금융시장 안팎의 우려도 크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무 자르듯' 분리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는 것이 오히려 해당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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