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당내 퇴진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7일 전격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보수 정당인 집권 자민당 내에서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한 '비둘기파'로 한일관계를 중시해왔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극우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집권하면 향후 한일관계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관계 중요성 강조한 이시바
이시바 총리는 1년 집권 동안 한일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서 한국을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 또한 지난 8월 23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이날 사임 기자회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작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행선지를 동남아시아로 바꾼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주일 한국대사관이 6월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한일 협력의 저변을 넓히면서 그동안 만들어 온 교류의 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한국을 찾지 않은 이시바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처럼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으나, 방한이 성사돼도 이미 물러나기로 한 터라 양국 관계 발전 동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년을 맞아 개인 명의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당내 보수파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에 밀려 사임하는 형국이라 메시지 발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유력 총재 후보들 극우 성향
이시바 총리가 전격 사임 의사를 발표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 차기 총재 후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40대 기수'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준수한 외모, 탁월한 언변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민당 의원 중에는 드물게 40대로 젊은 편이지만, 2009년 처음 중의원 의원에 당선돼 정치 경력이 짧지는 않다. 이시바 정권에서는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잠시 맡았고 올해 5월부터 농림수산상으로 활동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성, 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그는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보수층 지지를 받아 왔다. '강한 일본'을 언급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치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모두 패전일이었던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극우 성향을 보인 이들 가운데 누가 집권해도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기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과 관계 강화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북중러가 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결집한 것을 고려하면 불안정한 동북아시아 안보 정세 속에서 한일관계 중시 방침에 극적으로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댓글 많은 뉴스
장동혁 "한동훈과 같이 못간다…해당 행위엔 강력 조치"
차진아 교수 작심 인터뷰 "수준 낮은 공청회…秋, 공직 자격 없어"
'700조 선물 외교'에도 뒤통수 친 미국, 혈맹 맞나
국민의힘, 美 '韓기업 이민단속'에 "700조 투자하고 뒤통수"
트럼프 "한국 배터리·조선 인력 불러들여 미국인 훈련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