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가 있는 현직 특수교육 교사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 강단에 서며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수어'를 강의하는 허세영 교사(40)다.
그는 지난 8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전공)을 졸업해 농인으로서 '대구대 1호 박사'가 됐다. 농인은 청각장애로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뜻한다.
허 교사는 평일에는 공립 특수학교에서 17년 차 교사로 근무하며, 금요일 오후에는 연차를 내고 대구대 경산캠퍼스에서 2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수어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겸임교원으로 대학 강단에 서며 6년째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학문 여정은 스승인 최성규 전 초등특수교육과 교수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2010년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해 2025년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꼬박 16년의 시간이 걸렸다.
허 교사가 미국 수어를 접한 계기는 학부 시절 농아인협회 지인의 소개였다. 그는 미국 갈루뎃 대학교에서 공부한 한 선생님을 만나 미국 수어의 세계에 눈을 떴다. 한국 수어와 달리 알파벳 지문자를 활용하는 미국 수어의 특성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허 교사는 "한국 수어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미국 수어는 알파벳 지문자를 많이 활용해 철자를 맞추듯 의미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언어와 문화가 결합된 세계를 발견했고, 그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강의실에 선다"고 말했다.
대구대는 2009년 전국 최초로 '미국 수어' 수업을 개설했으며, 최성규 교수가 2019년까지 강의를 맡았다. 이후 제자인 허 교사가 수업을 이어받았다. 허 교사는 "처음 수업을 맡았을 때 스승의 강의를 이어받는다는 사실이 부담이자 영광이었다"며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스승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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