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서나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가장 큰 화두다. 예전보다 오래 사는 시대가 됐지만,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나이 드는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근래 한국에서는 탄수화물을 적게,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저탄고지' 식단이 유행하고 '혈당관리'·'저속노화'와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건강·다이어트 키워드로 '당질제한'을 주목하고 있다.
당질이란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뺀 영양소다. 식품 영양성분 표시에 따라 당질과 식이섬유를 따로 분리해서 적어놓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의 양을 당질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매일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노곤함이 몰려올 때 '혈당 스파이크'가 왔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점심을 먹은 뒤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목덜미가 뻐근한 이 증상들은 식후 고혈당에서 비롯된 '당질 피로'다. 이 단계를 방치하게 되면 당뇨병, 비만, 고혈압으로 이어져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태가 될 수 있다.
게이오기주쿠대 의대를 졸업하고 기타사토대 기타사토 종합 연구소 병원 부원장 겸 당뇨병센터장을 맡고 있는 야마다 사토루는 일본 내 '당질제한'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2009년 그는 미국 의학 잡지에 실린 '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혈중 중성지방이 더 쉽게 감소한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관련 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당질 제한식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당뇨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로카보(느슨한 당질제한식)'라는 개념을 만든 인물이다.

그가 출간한 신간 '당질 혁명'에서는 그의 시각에 따라 당질 피로를 경고하고, 최신 영양학에 기반한 건강한 식습관을 제안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건강식이라고 여겨온 음식들의 함정을 짚는다. 저자는 주먹밥보다 패티가 두 장 들어간 햄버거를, 닭가슴살보다 전분만 묻혀 요리한 닭튀김에 마요네즈를 곁들여 먹는 편이 혈당 관리에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식후 고혈당(당질 피로)을 유발하는 당질은 적게, 대신 단백질과 지방 섭취로 포만감을 챙겨 혈당치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메밀국수나 통밀빵처럼 GI, 즉 혈당 지수가 낮다고 알려진 식품군 역시 당질 함량이 높아 결국 식후 고혈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제된 밀가루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요구르트 역시 설탕이나 과일이 첨가되지 않은, 지방이 풍부한 제품을 권한다.
2장에서는 동양인 2명 중 1명에게 나타나는 고혈당이 도미노처럼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며, 이어지는 3장에서는 이를 예방할 수 있게 고안된 지속가능한 식사법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개인의 당질 피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자가 문항도 담겨있다.
저자가 고안한 로카보 식단은 '로 카보하이드레이트(Low Carbohydrate·저당질)'라는 뜻으로 7가지 규칙이 있다. ▷하루에 섭취하는 당질의 양은 70~130g 이내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다 ▷칼로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단백질과 지방,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당질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당질을 아예 섭취하지 않으려고 애써 참을 필요는 없다 ▷천천히 먹고, 당질은 마지막에 섭취한다. 한 끼당 당질 40g을 섭취하면 되는 셈인데, 주먹밥 1개 또는 쌀밥 100g 속 당질 함유량으로 이해하면 된다.
입맛이 절로 당기는 계절, 가을에는 무조건 참는 다이어트보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식사법이 더 중요하다. 맛있고도 건강한 식사로 현대인의 만성 혈당 스파이크와 당질 피로에서 벗어나서,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19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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