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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만찬장 변경 이유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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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 경주 APEC 참석 계기로 만찬 초청 인원 증가…만찬장 장소 변경 불가피
만찬 수요 증가,경제인 행사 공간 부족, 안전 등 종합 고려해 결정
경주시와 시민들 "경주 스포트라이트 받을 기회 줄지 않을까?" 아쉬움…'경주다움' 녹여내 줄 것 주문

지난달 21일 경북 경주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언론인 초청 APEC 현장 준비상황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APEC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경북 경주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언론인 초청 APEC 현장 준비상황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APEC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40여 일 앞두고 정부가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보문관광단지 내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몰려드는 VIP, 협소한 만찬 장소

APEC 정상회의에서 의장국 초청 만찬장은 '정상회의의 꽃'이자 '교류의 장'이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지난 1월 제5차 회의에서 정상회의 만찬 장소를 국립경주박물관 내 마당에 한옥 형태의 신축건축물을 지어 활용하기로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등의 유물이 있어 경주의 전통과 유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해 만찬장으로 선정됐다.

지난 3월 설계공모를 거쳐 석조계단, 처마 등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설계안이 확정됐고, 8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6월부터 지상 1층 연면적 2천㎡ 규모의 공사를 시작해 현재 공정률은 98% 정도다.

하지만 준비위는 지난 19일 제9차 회의에서 만찬장 장소를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대연회장으로 전격 변경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상회의에 국내외에서 많은 인사들의 참여가 예상됨에 따라 공식만찬 행사의 참여 인원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첫 미중 정상회담이 경주에서 개최되면서 글로벌 CEO들이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서밋) 참석이 당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만찬장에 회원국 대표단과 경제인, 국내 인사 등 400여명을 초청할 예정이다. 당초 만찬장으로 사용하려 했던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축건축물은 수용 인원이 220여명에 불과했다.

21일 경북 경주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언론인 초청 APEC 현장 준비상황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APEC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경북 경주시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언론인 초청 APEC 현장 준비상황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APEC 정상회의 만찬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장실과 조리시설도 없어

최근 정부의 합동안전 점검에서 만찬장 장소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박물관 만찬장 내부에는 화장실과 조리시설이 별도로 없다. 수십 미터를 걸어 박물관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만찬 음식을 외부에서 조리해 운반해야 한다. 또 신축건축물의 전기 소방 분야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것도 변경 요인으로 작용했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중(10월 28~31일) 글로벌 CEO 서밋과 연계한 경제인 관련 부대행사를 치를 공간이 부족했던 것도 만찬장 변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1천700여명의 글로벌 CEO들과 경제인들이 경주를 찾을 예정인데, CEO 서밋과 연계한 각종 회의나 포럼, 네트워킹, 문화행사 등을 경주예술의전당 회의장과 부대시설에서 치르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축건축물은 국내외 유수기업들 간 활발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공간과 방산, 조선, 인공지능 등 국내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퓨쳐테크포럼 등 경제 행사 및 부대행사장으로 활용된다.

만찬장으로 확정된 5성급 호텔인 라한셀렉트 경주는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같은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고 이동거리가 1.8km 정도(차로 3분가량 소요)로 정상들의 이동 동선이 짧다. 호텔 내 다양한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춰 있어 안정적인 만찬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상철 APEC 준비지원단장은 "APEC 역대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와 CEO 서밋과 부대행사가 예상됨에 따라 주어진 경주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초격차 K-APEC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라한셀렉트 경주 프레지덴셜 스위트 이스트 침실 이미지.호텔측 제공
라한셀렉트 경주 프레지덴셜 스위트 이스트 침실 이미지.호텔측 제공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 줄까 우려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초청 공식 만찬을 '정상회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개최국의 문화적 정체성, 환대 정신, 외교적 성과를 상징하고 집약해내기 때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당초 만찬장으로 결정됐던 것은 천년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신라금관과 에밀레종 등의 문화유산을 통해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APEC 개최도시 경주시는 만찬에 참석하는 회원국 정상들이 신라금관이나 성덕대왕신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송출돼 이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경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주만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한다면, 경주는 단순 개최지가 아닌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보고로 '경주다움'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들의 배경 사진은 곧 '경주의 홍보물'이 돼 관광객 유치, 국제행사 재유치, 문화도시 이미지 강화 등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대로 만찬장 장소 변경에 대해 경주시와 시민들은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국제행사의 전례나 초청 규모, 의전, 안전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한 것에 가타부타 말하기 그렇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만찬장이 호텔 연회장으로 바뀌면서 '경주 상징성이나 특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아쉬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만찬장 무대 배경에 첨성대, 불국사 다보탑, 황룡사 9층목탑 등 신라 대표 유산을 모티프로 한 미디어 아트나 디지털 재현, 경주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만찬 코스, 신라 전통 공연, 천마총 벽화나 석굴암 본존불 등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포토월 설치를 통한 정상 기념사진 연출, 기념품 등 전 과정에 '경주다움'을 녹여내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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