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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동해 공해상서 러시아산 수산물 밀수로 대박 노렸지만 결국은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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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계획 세우고 야간 틈타 은밀하게 이동하며 범행 실행에 옮겨

동해 공해상에서 밀수 사범을 통해 국내로 반입된 러시아산 털게.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동해 공해상에서 밀수 사범을 통해 국내로 반입된 러시아산 털게.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올해 2월 28일 새벽,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남동쪽 54㎞ 공해상. 불 꺼진 A어선이 엔진 소리를 죽인 채 어둠 속을 떠돌았다. 파도 소리만 가득한 바다 위에서 선원들이 부표 하나를 건져 올리자, 줄에 매달린 플라스틱 박스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바다 밑에 숨겨둔 금고를 꺼내는 듯한 장면이었다.

부표 하나에 박스 50개. A어선이 건진 부표는 모두 4개였다. 박스 안에는 킹크랩, 털게, 암컷 대게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시가로 2억 원을 훌쩍 넘는 값비싼 수산물. 어선은 서둘러 박스를 육지로 옮겼고, 목적지는 구룡포의 한 수산창고였다. 이 '수확'은 단순한 어업이 아니었다. 공해상에서 러시아산 수산물을 몰래 들여오는 밀수 행위였다.

작전은 치밀했다. A어선은 미리 바다에 박스를 뿌려 두고 위치 좌표를 공범 B어선에 전달했다. B어선은 공해상에서 외국 선박으로부터 러시아산 수산물을 넘겨받아 좌표로 이동한 뒤 박스에 채워 넣고 A어선에 신호를 보냈다. A어선은 약속된 시각에 그 좌표로 나가 박스를 건져 올려 창고로 옮기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그날 밤 10시 13분쯤 A어선은 또다시 같은 수법으로 레드킹크랩 박스를 끌어올렸다.

이들이 단 하루새 밀반입한 수산물은 털게 1천100㎏, 스노크랩 540㎏, 레드킹크랩 3천500㎏. 원가만 따져도 2억 원에 달했다.

이들의 수법은 이토록 치밀했으나 첩보를 통해 범행을 눈치채고 수사에 나선 해경의 추적망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사 끝에 범행이 드러난 일당 5명은 대부분 구속 상태로 기소(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법 위반) 등 혐의)돼 재판을 받았다.

최근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광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주범겪인 선박대리점 업주 A(35)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사건 공범인 B(46) 씨 등 4명에 대해서도 징역 8개월~2년에 집행유예 1~4년, 벌금 등이 각각 내려졌다.

법원은 이들의 범죄 수익 2천160만원에 대해 추징 명령을 내렸으며, 압수한 수산물 러시아산 킹크랩 4천300㎏·털게 1천100㎏은 몰수했다.

재판부는 "수법이 주도면밀하고 밀수한 수산물의 양도 상당하며 국고의 관세 체계를 교란한 정도가 커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며 "다만 범행이 조기에 적발돼 실질적인 수익을 거의 얻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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