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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집 안에서 꼼짝 못 하는 어머니와 아들…서로 걱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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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농사지으며 가난하게 자라
결혼 후에도 보리밥 먹으며 아이 둘 키워
어려운 형편에 공부시킨 아들, 뇌경색으로 장애 얻어
거동 어려운 모자…생활고로 걱정

척추 협착증과 치매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권순희(80·가명, 오른쪽) 씨와 뇌경색으로 몸을 마음껏 가누지 못하는 박종석(53·가명, 왼쪽) 씨 모자는 온종일 서로에게 의지한 채 집 안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척추 협착증과 치매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권순희(80·가명, 오른쪽) 씨와 뇌경색으로 몸을 마음껏 가누지 못하는 박종석(53·가명, 왼쪽) 씨 모자는 온종일 서로에게 의지한 채 집 안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어머니는 아들이, 아들은 어머니가 안쓰럽다. 권순희(80·가명) 씨와 박종석(53·가명) 씨의 이야기다. 평생을 가진 재산 없이 살았고, 곁에 남은 이는 서로뿐이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집을 벗어날 수조차 없다는 점도 모자의 공통점이었다.

종석 씨는 4년 전 갑작스럽게 뇌경색을 앓으며 몸 한쪽이 마비됐다. 그런 아들을 돌보던 순희 씨도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 집에서 부대끼며 자주 싸우고 자주 눈물 흘린다는 순희 씨와 종석 씨는, 자나 깨나 서로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

◆시골에서 평생 살다…상경한 아들 파산·뇌경색으로 장애 입어

해방 언저리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길을 걸었다. 농사꾼인 부모님 밑에서 끼니를 겨우 해결하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닐 여력이 없었다.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순희 씨도 마찬가지였다. 순희 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대신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지었다.

20대에 접어들었을 무렵, 순희 씨는 가족들의 중매로 4살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순희 씨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게 정신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었다. 그와 결혼하며 달성군으로 이사온 순희 씨는 땅을 빌려 논밭을 일구며 두 아이를 키워냈다. 소 운송업을 하는 남편만 경제활동을 한 셈이니 형편은 당연히 넉넉지 못했다. 물에 불린 보리로 자주 끼니를 때워야 했고, 돈을 빌려준 동네 사람들이 내 돈 내놓으라며 마당에 와서 드러눕기도 할 정도였다.

그래도 순자 씨는 그 시골에서 딸 종미(56·가명) 씨는 상업고등학교에, 아들 종석 씨는 전문대학교에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은 호텔에 취직해 사무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아들도 벤처기업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했다. 순희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잘 커 준 아이들이 대견했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딸의 소원을 못 들어줬다는 점이 사무칠 뿐이었다.

딸은 결혼하며 독립했고, 아들은 다니는 회사가 서울로 이전하며 순희 씨 곁을 떠났다. 순희 씨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소박하게 살았다. 심근경색을 앓던 남편이 10여 년 전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전까지. 아침에 멀쩡하게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온 남편이 가슴을 움켜쥐고 주저앉던 순간을 순희 씨는 잊지 못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순희 씨는 수십 년을 살던 집을 정리했다. 아이들도, 남편도 없는 집에서 혼자 살 자신이 없었다. 집을 판 돈으로 그동안 밀린 빚을 갚고 연골이 다 닳아 아픈 무릎 수술도 받은 순희 씨는 읍내 쪽에 전셋집을 얻었다. 그리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환경 미화 작업을 하며 받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그맘때쯤 서울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전자제품 부품 사업에 뛰어들었던 아들 종석 씨가 파산했다. 쫓기듯 고향으로 내려와 조경 일자리를 얻은 뒤 어머니를 모시던 종석 씨는, 일이 고됐는지 그만 1년 만에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회사 동료들이 자신을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주말이 지난 후 제 발로 입원했다던 종석 씨는 치료를 받던 중 한 달 반 만에 뇌경색이 재발해 몸이 마비되는 심각한 장애를 입게 됐다.

◆거동 불편해 집 밖으로 거의 못 나가는 모자

종석 씨가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지내는 동안, 순희 씨는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거의 다 썼다. 조금 남은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돌린 순희 씨는 당시 워낙 정신이 없던 탓에 월세가 얼마나 가계에 부담이 될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수입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50만원이 넘는 월세는 순희 씨의 숨을 막히게 했다. 모자란 생활비와 병원비는 딸에게 손을 벌리거나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채는 순식간에 수백만원으로 불어났다.

종석 씨는 약 2년 전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까지 보낸 자식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채 돌아왔을 때의 충격은 순희 씨를 압도했다.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순희 씨는 기저귀를 차고 사물을 짚어야 겨우 이동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됐다.

둘이 사는 집에서 식사를 차리거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순희 씨뿐이었다. 근육이 죄 빠져 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다녀야 했기에 순희 씨는 생활 집기를 바닥으로 내려 좌식 생활을 이어갔다. 모자의 상황을 보다 못한 이장이 재가센터에 연락하며, 두 사람은 최근에서야 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월세를 제외하면 모자가 한 달에 쓸 수 있는 생계비와 노령연금은 80만원 남짓이었다. 그 돈으로 약값과 기저귀값, 식비를 충당하자니 늘 생활이 빠듯했다. 설상가상으로 순희 씨의 인지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 한 집에 온종일 같이 있다 보니 모자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져 다투기 일쑤다.

어머니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어 하시는 것을 다 해드리고 싶다는 종석 씨는 요즘 부쩍 눈물이 늘었다. 순희 씨도 아들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다. 여유가 생기면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고 싶다는 두 사람은, 오늘도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버텨낸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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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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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내 몸보다 아이들 걱정 허은미 씨에 2,196만원 전달

가정폭력을 겪으며 두 번의 이혼 끝에 거동 어려운 몸으로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허은미 씨(매일신문 9월 16일 12면 보도)에게 2천196만8천87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조득환 10만원 ▷이상준 5만원 ▷하혜련 5만원 ▷김점숙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정준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은서 1만5천원 ▷박상옥 1만원 ▷이장윤 2천원 ▷'김경희서율' 1만원 ▷'김명숙도움'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린 나이에 생계 짊어진 이다빈 씨에 3,071만원 성금

중학생 때부터 어린 동생을 돌보며 지내다 어머니의 대출 강요를 이기지 못하고 동생과 함께 집을 나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다빈 씨(매일신문 9월 23일 12면 보도)에게 49개 단체, 201명의 독자가 3천71만3천244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우리함께교회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진심정신건강(최삼욱)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광명골재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늘푸른교회(정준기)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햇살약국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유일씨푸드(유순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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