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 개화·1〉
뜨겁게 달아올랐던
발바닥의 열기를 내리려
침낭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잔다
다들 발바닥에다
하루 동안 몰려왔던 생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혀 기억의 지문으로
새기고 있는 중이라 끙끙 앓고 있다
성당에서도 열심히
종을 울려
무명無明 그늘 벗어나
무명無名 중생, 평온한 꿈도
함께 무늬로 새겨넣고 있다
<시작 노트>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 800km)에서 발은 늘 책임지는 존재다. 딱딱한 돌이나 흙바닥을 견디고, 배낭과 몸의 하중을 이겨야 하는 힘든 노동의 첨단이다. 그러니 밤이 되면 발바닥은 신열을 앓는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쏟아내는 눈물로 물집이 부풀고 가라앉고 그러다 터진다. 껍질을 트면서 꽃이 피듯, 물집이 핀다. 삶이 그렇다. 이때, 가장 큰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무사(無事)함'이라 말하고 싶다. 고통을 견디며 무사에 이르고 싶은 것이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평온한 꿈, 아니 순례길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다들 무사한 꿈, 그런 세상을 바라고 산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며 바라보는 초록 같은 희망을 꿈꾼다. 그 꿈에서 고통을 견디는 힘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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