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종료 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데 교실이 아니다. 야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다. 이어 웅장한 음악 소리가 그라운드를 뒤덮는다. 애니메이션 주제곡이기도 한 '라젠카 세이브 어스'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른다.
'끝판 대장'과 '돌부처'. 오승환의 별명이다. 그 말처럼 무표정한 얼굴에 강력한 돌직구로 삼성의 뒷문을 지켰다. 리그를 지배했다. KBO 프로야구 역대 최고 마무리로 불렸다. 그가 이제 은퇴 투어를 마치고 안방 대구에서 21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KBO 역대 최고의 마무리


지난 8월 7일 인천 한 호텔. 삼성이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가 열리기 전 이곳에 이목이 집중됐다. 오승환의 은퇴 기자회견이 진행됐기 때문. 1982년생이니 이미 불혹은 훌쩍 넘었다.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 끝에 오승환이 공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오승환은 2005년 데뷔 첫 시즌부터 마무리로 뛰었다. 중간 계투로 활약하다 시즌 도중 마무리 역할을 부여받았다. 돌직구가 빛을 발했다. KBO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 투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해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첫 시즌부터 맹위를 떨쳤다. 삼성이 2005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신인 투수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뽑힌 건 오승환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전설이 시작됐다. 삼성은 이후 뒷문 고민을 잊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졌다. 2006년과 2011년에는 각 47세이브를 적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737경기 출전)은 427세이브, 19홀드, 44승(33패), 평균자책점 2.32. 2점대 초반이 한 시즌 평균자책점이라 해도 수준급 투수인데 통산 성적이다.

해외에서도 뛰었다. 2013시즌 삼성의 3연패를 이끈 뒤 일본 무대(NPB)로 진출했다. 한신 타이거스에서 마무리로 뛰며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건너가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불펜으로 뛰며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종착점 가는 길, 은퇴 투어

오승환이 일본, 미국 무대를 거쳐 삼성으로 복귀한 건 2019시즌 도중. 돌직구의 위력은 여전했다. 2021시즌엔 44세이브를 기록, 자신의 경력 중 네 번째로 40세이브 고지를 돌파했다. 2023시즌에는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현재 549세이브) 기록도 세웠다.
삼성은 오승환의 등 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다. 22번(이만수), 10번(양준혁), 36번(이승엽)에 이어 구단 사상 네 번째. 다른 구단과 협의, 은퇴 투어도 진행했다. 2017년 이승엽, 2022년 이대호에 이어 세 번째다. 해당 구장 마지막 경기 전 간단히 행사를 치렀다.

은퇴 투어에선 각 구단이 전한 선물이 눈길을 끌었다. 한화 이글스는 황금 자물쇠를 오승환에 전했다. 오승환의 대전 통산 기록(2승 1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47)도 새겼다. KIA 타이거즈는 유니폼에 선수단 사인을 받아 만든 액자를 선사했다.
SSG는 사인볼로 오승환의 등 번호 '21'을 만들고, '끝판 대장 오승환'이란 문구를 새겼다. LG 트윈스는 목각 기념패를 선물했다. 기념패엔 오승환의 뒷모습과 잠실야구장을 형상화한 모습이 새겨졌다. 두산 베어스는 이천 특산품 달항아리와 기념 액자, NC 다이노스는 돌직구 액자를 안겼다.

KT 위즈는 '돌직구'가 바위에 박힌 모형을 전달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선물은 화강암으로 만든 야구공에 21번을 새긴 것. 고척스카이돔 마운드 흙도 함께 담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피규어를 제작했다. 오승환은 답례로 푸른 글러브에 사인한 뒤 투명한 박스에 담아 각 구단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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