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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순식] 조직도 공직자의 실명 공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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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식(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상임감사)

신순식(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상임감사)
신순식(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상임감사)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국민이 행정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특히 정보 공개는 행정기관이 국민과 주민에게 얼마나 열린 자세로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 각 부처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부서별 담당자, 직위, 성명, 담당업무까지 일목요연하게 공개되어 있다. 국민이 직접 담당자를 확인해 문의할 수 있도록 하여, 민원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 책임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다수의 공공기관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조직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 홈페이지에는 담당자 이름과 직책, 세부 담당업무까지 공개되어 있어 국민은 업무 담당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직도는 다르다. 예컨대 경북도청과 구미시, 김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의 조직도를 보면 '○○과–△△팀–주무관'과 같은 직책만 표시되고, 담당 공무원의 이름은 대부분 공개되어 있지 않다.

주민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부서명과 직책뿐이어서, 실제 민원인이 전화를 걸거나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경우에 따라 동일한 민원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부서 간에 떠넘기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주민 입장에서는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 깜깜이 행정'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담당자 실명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공무원의 성명을 공개 가능한 정보로 인정하면서도 기관의 재량에 따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이름은 직무 수행과 직결된 기본 정보이며, 이를 주민에게 알리는 것은 사생활 침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이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별다른 문제 없이 성명을 공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의 과도한 비공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보다 행정 불신을 키우고, 오히려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주민이 바라는 것은 결코 복잡하거나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거나 생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누가 담당자인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담당자가 명확히 드러나야 행정의 책임성이 확보되고, 공무원 역시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책임 의식이 강화된다. 이는 단순히 알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직 사회의 신뢰를 확산시키는 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이제라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사례를 참고하여, 조직도에 담당 공직자의 실명을 명확히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행정 투명성은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조화될 수 있는 가치다.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정부라면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깜깜이 행정을 걷어내고 열린 행정을 실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뜻을 되살리는 일이다. 주민과 행정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 그것은 바로 조직도에서 담당 공직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서 시작된다.

신순식(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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