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가 과거 논란 끝에 일부 정부 지원 사업에 한해 폐지한 '여성 가산점'을 확대하는 취지의 내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답정너' 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영진위는 최근 영화계 종사자 남녀 각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설문조사 문항이 작품 중심이 아니라 사실상 여성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영진위로부터 제출 받은 설문조사 문항을 보면 설문조사는 "한국 개봉영화의 감독 성비는 남녀 각각 8:2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어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사업 선정 시 남녀 성비를 5:5로 균형을 맞추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한국영화제작환경은 여성에게 친화적이라고 생각하냐" "성평등 정책 필요성에 동의하냐"는 질문이 따라 붙는다.
영화계 관계자는 "다양성 평가라는 미명 아래 실질적으로는 여성 가산점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 평가를 빙자해 방향성을 미리 정한 상태에서 결과만 끼워 맞추려는 '답정너' 연구 같다"고 했다.
이 설문은 여성 가산점 확대 방안에 대한 영진위의 명분 쌓기 일환으로 보인다. 연구 계획안에 여성 가산점 확대를 노골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 가산점 효용 조사' 항목 아래엔 '정책 확장성 검토'가 이미 올라와 있었고 정부 지원 사업으로 영화 개봉까지 이뤄낸 '여성 창작자'가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책 확장성을 검토하기 위한 대상으로 여성 가산점 혜택을 받고 영화 개봉에 실제 성공한 여성 가산점 수혜자를 인터뷰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말이다.
특히 '다양성 점수'의 효용 조사 하위 항목에는 "다양성 점수가 지역, 연령, 계급, 장애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다"고 밝혔던 영진위 설명과 달리 공모전 참가자의 '성별 추이 및 성별 비율' 분석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도입했던 여성 가산점이 비판 받자 다양성 가산점을 도입해 '단어만 바꾼 제도'로 면피하려던 영진위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어떤 특정한 결과값을 유도하거나 수집하려는 의도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성평등 정책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지금으로선 연구 결과가 실제 사업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여성 작가와 여성 주요 배역, 여성 촬영감독 등이 참여한 작품에 최대 5점까지 추가로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8개 영화 지원사업에서 여성 가산점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별을 기준으로 동일한 수준의 작품을 차등 평가한다는 비판과 역차별 논란이 이어지자 2024년부터는 일부 사업에서 여성 가산점 대신 다양성 가산점을 도입했다.
다양성 가산점이란 여성을 비롯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과소대표 집단의 서사를 반영한 작품에 별도로 추가점을 주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공모전이 끝난 뒤 확인한 결과 다양성 점수를 많이 받은 작품 대부분이 여성 서사이거나 주인공 등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다양성 가산점으로 위장한 여성 가산점'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영진위의 설문 조사와 연구 용역은 결과를 이미 정해놓은 '답정너' 수준"이라며 "특정 성별과 다양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 밀리는 이 제도적 모순을 이번 국정감사 때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최근까지 '성평등 및 다양성 정책 평가 및 개선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달 안에 여성 가산점의 확장성을 평가한 뒤 개선안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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