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의자와 잡동사니로 가득한 집. 벽지와 타일은 음식물 찌꺼기와 기름때로 가득하고, 거실 바닥에는 언젠가 대파를 다듬다 미처 치우지 못한 흙이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채정미(56·가명) 씨는 이곳에서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부양해야 할 이는 자신 뿐인데, 정미 씨는 요즘따라 부쩍 힘에 부쳐 청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픈 무릎으로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때쯤 퇴근하면 온통 녹초가 된다는 정미 씨. 그런 정미 씨가 바라는 것은 가족의 평안 하나뿐이다.
◆학창 시절 따돌림으로 조울증 발병…가정폭력에 이혼까지 겪어
대구서 나고 자란 정미 씨는 집안의 맏이로서 동생들과 가족을 책임져야 했기에, 일찍부터 철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미 씨가 초등학생 때, 천장시공업체를 운영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도맡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젖먹이인 막내를 업고 아버지 간병을 하러 정신없이 집과 병원을 오가실 때, 정미 씨가 다른 두 동생을 돌봐야 했다. 밀린 설거지와 청소도, 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어린 정미 씨의 몫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과 재활을 거쳐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된 아버지는 다시 사업을 일으켰다. 그 덕에 정미 씨는 경제적으로 큰 불편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고등학생 때 교우 관계에서 문제를 겪으며 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됐다.
따돌림을 당한 기억은 지독하게 정미 씨를 따라다녔다. 그가 겪은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한 번 널을 뛰기 시작한 감정은 누구도 잠재울 수 없는 재해와도 같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피아노 학원 강사로 취직한 이후에도 시련은 종종 정미 씨를 덮쳤다. 믿었던 지인은 정미 씨의 명의를 도용해 사기를 쳤다. 부모님은 결혼 생각이 없는 정미 씨에게 중매를 강요했다. 여러 상황에 압도돼 스트레스를 받던 정미 씨는 환각 증세까지 겪으며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미 씨는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정미 씨는 취미 생활과 동호회 모임을 가지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인 소개로 연애를 하게 된 정미 씨는 30대 중반에 가정을 꾸리게 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혼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좋은 직장을 다니는 줄 알았던 남편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었고, 알코올 중독 환자에 폭력성까지 드러냈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시며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정미 씨를 폭행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견뎌 보려던 정미 씨는,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자 이혼을 결심하고 본가로 향했다. 결혼한 지 다섯 해가 지났을 때였다.
◆부모님 건강 악화로 부양 부담 커
본가로 돌아온 정미 씨는 외환 위기 여파로 사업을 정리한 아버지 대신 가계를 책임지게 됐다. 여러 피아노 학원을 전전하며 부모님을 부양하던 그는 40대 중반, 정신 장애인 재활시설을 소개받아 그곳에 정착했다.
시설에서 제과 일을 배우는 등 소일거리를 하며 돈을 벌 때만 해도 가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정미 씨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어머니는 집 밖에서 온갖 폐지와 남이 버린 물건을 주워 왔고, 자주 넘어져 골절상을 겪었다. 정미 씨는 가족을 부양하랴, 어머니를 간병하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부모님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두 분 모두 암 발병으로 수술하셨고, 각종 성인 질환을 앓으셨다. 게다가 정미 씨 어머니는 재작년 뇌경색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정미 씨 본인도 퇴행성 관절염과 골다공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일을 병행하며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일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미음조차 입에 대기 어려운 상태가 되자, 정미 씨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로 결심했다. 간병 부담은 덜었지만, 달에 80만원이 넘는 병원비는 또 다른 부담이 됐다. 기초 생활 생계급여와 시설 근로 임금을 합쳐도 세 사람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그 탓에 정미 씨는 카드 할부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정미 씨가 져야 할 부담이 커져갔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전부다.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랑으로 정미 씨는 아픈 무릎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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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어린 나이에 생계 짊어진 이다빈 씨에 3,127만원 전달
중학생 때부터 어린 동생을 돌보며 지내다 어머니의 대출 강요를 이기지 못하고 동생과 함께 집을 나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다빈 씨(매일신문 9월 23일 12면 보도)에게 3천127만8천45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유주영 40만원 ▷이강준 3만원 ▷이재민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김태상 1만원 ▷'류충렬 신지연' 5만원 ▷'하정현체력잘보자' 209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립된 권순희 씨와 박종석 씨에 2,908만원 성금
뇌경색을 앓으며 몸 한 쪽이 마비된 아들 박종석 씨를 돌보다 거동이 불편해져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권순희 씨(매일신문 9월 30일 11면 보도)에게 47개 단체, 215명의 독자가 2천908만4천77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원전기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빛명상본부 18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8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40만원 ▷㈜태린(박찬중)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변호사박헌경사무소 20만원 ▷신성산업㈜ 2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베드로안경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동위(이석우) 6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법무사권미숙사무소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조은투어(변영숙)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토미건축사사(조명철) 5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4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박철기 유주영 각 40만원 ▷김진숙 박전호 이신덕 각 30만원 ▷이동욱 25만원 ▷유재묵 최창규 각 20만원 ▷고승환 곽용 김기태 김동길 김선아 김요섭 김원주 김재성 김진성 박병욱 박순옥 박종완 서복희 서준교 신은진 여병민 오상순 윤경원 이영아 장정순 조득환 하경석 하혜련 한현순 허금주 현진주 홍성주 각 10만원 ▷김준후 7만원 ▷신광련 6만원 ▷곽나희 김기욱 김명성 김병호 김순향 김유성 김은성 김주도 김혜주 김희정 박옥선 박정희 박종석 서정오 성진희 송효정 안대용 안현숙 유명희 유명희 유병화 유부갑 이종하 이창영 이혜정 임채숙 전우식 전종태 정수영 정종기 조정현 진현태 최영철 최정윤 최한태 각 5만원 ▷권오영 4만원 ▷곽병완 김승민 김영수 김주용 김현석 박승호 박정훈 유진용 이윤정 이재열 이종섭 이진욱 이현목 장창복 정미라 조만근 최은서 최정원 최춘희 황인찬 각 3만원 ▷이병규 이영수 각 2만5천원 ▷전선수 2만1원 ▷구자선 권유진 권혁필 김다영 김성진 김일 김정만 김종진 김태수 남영희 류휘열 박홍선 방태표 배영철 성민교 손영신 신상우 신일성 신종욱 안태성 안현준 우철규 이경희 이상희 이성영 이영수 이운대 이재민 이재숙 이해수 정은영 정호인 최경철 홍준표 각 2만원 ▷정인용 1만5천원 ▷강농자 강명은 권두형 권증남 김경선 김덕우 김주현 김태천 김현경 나건호 남장호 박인배 박태용 백진규 변희광 설창훈 성영아 심재권 우순화 유귀녀 윤선희 윤태석 이시환 이아영 이재석 이정현 장순임 정서원 정재열 정준홍 정찬교 조영식 한영순 홍성미 황성광 황은주 각 1만원 ▷문민성 6천410원 ▷이장윤 6천원 ▷김진혹 윤인주 장효선 최아영 각 5천원 ▷김대형 3천원 ▷김건율 김서연 각 2천원 ▷최연준 1천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주님사랑' 20만원 ▷'주님께감사' 15만원 ▷'권순희박종석께' 10만원 ▷'권순희,종석두분께' '권순희박종석가족에게' '김명수세례자요한' '응원합니다' '일광화공양' '하나님께드립니다' '효봉공양' 각 5만원 ▷'김현경권순희/박종' 3만원 ▷'박만철-순자씨' '문혁' 각 2만원 ▷'석희석주' '시냇가의심기운나무' '이현박경아' '하나님의사랑' 각 2만원 ▷'우리무진.청안입니' 1만5천원 ▷'권순희씨전달요망' '권순희후원' '란' '순희님돕기' '조희수힘내세요' '청명(고나배정)' 각 1만원 ▷'어르신.힘내세요' 7천777원 ▷'기도할게요' '돕자돕자돕자' 각 5천원 ▷'돕자돕자' 1천809원 ▷'추석나눔' '추석돕자' 각 1천원 ▷'배당금' 671원 ▷'추석조금이라도돕기' 640원 ▷'돕기' 519원 ▷'돕기' 500원 ▷'조금이라도' 4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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