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가져온 상자와 하나둘씩 사 모은 생필품이 천장 높이만큼 쌓인 집. 발 들일 틈도 없이 물건으로 가득 찬 원룸 안에는 사람 한 명이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매트가 깔려 있다. 허영미(55·가명) 씨와 두 아들은 이곳에서 온갖 잡동사니에 둘러싸인 채 매일 잠을 청한다.
유방암 말기로 온몸에 암세포가 전이된 영미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몸을 가누는 것도 힘에 부친다. 수험생인 첫째와 중학생 둘째가 영미 씨와 집안일을 챙기며 학업을 병행하는 상황. 비급여 항암치료를 하느라 손 쓸 수 없이 불어나는 빚과 갈수록 키를 높여가는 물건들의 틈바구니에서, 영미 씨는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졌을까 한탄할 뿐이다.
◆책임감 없는 남편 만나…별거 후 암 얻어
영미 씨는 어릴 적부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적까지는 양복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으나, 80년대 값싼 기성복이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며 가세가 기울었다. 양복점을 그만둔 부모님은 시골로 귀농하셨고, 영미 씨는 홀로 고향에 남아 학교에 다녔다.
학교를 졸업한 영미 씨는 20대 초반까지 백화점에 들어가 일을 했다. 이후에는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영미 씨는 귀금속과 의류, 화장품, 식당 등 안 해본 업종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가 영미 씨는 가게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식당에 자주 밥을 먹으러 오던 회사 사람 중 하나였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였기에, 영미 씨는 결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영미 씨에게 남편 될 사람이 책임감과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결혼을 반대했지만, 영미 씨는 자신과 그 사이에 아이까지 덜컥 들어선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은 최악이었다. 남편은 술과 유흥을 즐기며 외도를 일삼는 사람이었고, 어린 자식을 귀찮아하며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가족에게 애정이라곤 없는 이였다. 종종 월급을 밀려서 받아 오던 그는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회사까지 그만뒀다. 해외로 이전하는 회사를 따라가기 싫다는 이유였다. 수입원이 사라진 영미 씨는 그동안 자신이 장사하며 모아둔 비상금을 소진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그런 영미 씨가 변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둘째의 유치원 활동지를 보고서였다. 유치원에서 가족의 이름을 적어 내라는 활동 시간에, 둘째 아이는 영미 씨와 자신의 형 이름을 욕설로 적어 냈다. 영미 씨 남편이 집에서 영미 씨와 첫째를 부르는 멸칭이었다. 충격을 받은 영미 씨는 남편에게 별거를 선언했다. 그 길로 짐을 싸서 집을 나간 남편은 가정에 일절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영미 씨는 생계를 위해 식당에 나가 뚝배기를 닦거나 청소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용직으로 두 아이를 키우던 어느 날, 영미 씨는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겨드랑이 쪽에서 만져지던 멍울은 점차 크기를 키워갔고, 온몸에 통증이 이어져 일도 나갈 수 없게 됐다. 그러다 4년 전, 영미 씨는 몸에 달고 있던 종양이 터져 피를 쏟으며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영미 씨가 유방암 말기라고 진단했다. 암세포는 이미 영미 씨의 척추와 골반을 포함한 온몸에 퍼진 상태였다. 방사선 치료를 수십 번 받고 수술까지 한 영미 씨는 '죽다 살아났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말기 암 투병 중 빚더미 앉아…주거 환경도 열악
수술 후에도 암 덩어리는 영미 씨를 계속 괴롭혔다. 2년 전 영미 씨는 림프샘과 식도 등이 있는 종격동까지 암이 전이됐다. 폐에 물이 가득 차 숨쉬기도 힘들었고, 침도 삼킬 수 없는 상태가 되며 1년 반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영미 씨는 형편이 어려워 간병인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탓에 아이들이 영미 씨를 간호하며 유급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원래도 저장 강박이 있었던 영미 씨가 오래 집을 비우게 되며, 세 사람이 살던 오래된 아파트는 더욱 엉망이 됐다. 가전제품이 모조리 망가지고 싱크대도 내려앉은 데다, 발 하나 들일 틈 없이 물건으로 가득 찬 집은 정리가 필요했다. 영미 씨 가족의 사정을 알게 된 시청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이를 돕기로 했는데, 영미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일이 진행되며 문제가 생겼다.
영미 씨는 10톤이 넘는 물건들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책상이나 의료품, 생필품이 버려졌다고 했다. 집 안에는 고장 난 냉장고 등만 남아 있었다. 공사 중 아이들이 지낼 곳이 필요했기에 셋방으로 인근 원룸을 얻었다던 영미 씨는 이 때문에 1년 넘는 기간 동안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매달 수백만 원씩 불어나는 병원비 빚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월세도 겨우 내고 있다는 영미 씨는 가전을 새로 들일 돈이나 이사비를 마련할 길이 요원하다. 짐을 넣을 상자만 하나둘 쌓아두고 있는 탓에 세 사람이 지내는 원룸은 발 들일 틈조차 없었다.
보호자가 아픈데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집에서 제대로 된 밥도 못 먹는 채 몸을 웅크리고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 두 아이. 공부만 하기도 바쁜 고등학교, 중학교 3학년인 아이들의 머릿속은 사실상 체념으로 가득 차 있다. '차라리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영미 씨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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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고립된 권순희 씨와 박종석 씨에 2,979만원 전달
뇌경색을 앓으며 몸 한 쪽이 마비된 아들 박종석 씨를 돌보다 거동이 불편해져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권순희 씨(매일신문 9월 30일 11면 보도)에게 2천979만1천87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윤선갤러리 3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하혜련 5만원 ▷박건우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강지원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2천원 ▷'모두의안전건강재물운' 1만원 ▷'돕기돕기' 5천원 ▷'돕자돕자돕자' 4천308원 ▷'언젠가좋은일' 692원 ▷'돕기' 1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의 평안 바라는 채정미 씨에 2,068만원 성금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병든 부모를 모시고 살다 무릎이 다 닳은 채정미 씨(매일신문 10월 14일 12면 보도)에게 40개 단체, 107명의 독자가 2천68만3천56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동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김진숙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20만원 ▷김영수 12만원 ▷곽용 전시형 조득환 최창규 각 10만원 ▷김기욱 김호근 류충렬 박정희 백미화 서정오 신지연 안대용 유명희 이동욱 이종하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최상수 최영철 최한태 각 5만원 ▷방순옥 배정준 4만원 ▷김승언 변현택 성병찬 신광련 이응섭 이재열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권오영 김태천 남영희 박현주 반태곤 배상영 윤덕준 이은경 이재민 이해수 정창 각 2만원 ▷문민성 1만2천원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순희 김주현 김진만 박영수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배일권 백진규 변희광 우철규 유귀녀 윤진모 이경희 이영수 이운대 이유록 이준우 전선수 정서원 정영선 조영식 최경철 최미향 허영재 각 1만원 ▷윤인주 전지원 각 5천원 ▷최연준 1천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시냇가의심기운나무' 2만원 ▷'감사한석미혜' '당진예당빌딩임대대박' '석희석주' '이현박경아' '조희수힘내세요' '주' 각 1만원 ▷'부모님임대업대박기원' 9천원 ▷'돕기돕기돕기돕기' 8천원 ▷'효심이깊으십니다.' 7천777원 ▷'돕는이' 7천189원 ▷'애독자' 5천원 ▷'예당빌딩부모님대박' 2천290원 ▷'.' 2천원 ▷'언젠간좋은일모두복' 914원 ▷'돕기' 829원 ▷'당진예당빌딩대박기원' 758원 ▷'돕자돕자돕자' 700원 ▷'돕기' 456원 ▷'.' 439원 ▷'돕기돕기' 2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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