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전격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최강의 핵전력 무기 체계'라고 소개한 화성-20형은 'ICBM 완결판'으로 불릴 만한 위력을 갖췄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은 물론이고 '5개 이상의 다탄두' 장착까지 갖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교란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중러 3각 연대를 굳건히 하면서 남쪽을 향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는 위협을 불사하는 북한이 세계 최강 미국에도 실존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만방에 알린 셈이다.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이 주목된다.
◆ 독특한 북한 미사일 작명법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미사일 종류와 사거리 등을 분석하면서 꼭 따라붙는 일이 '미사일 작명'이다. 북한의 미사일 작명법은 잘 분석하면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북한 미사일 이름은 '노동', '대포동', '무수단' 등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북한의 지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나 함경북도 화대군 대포동에서 인지됐다는 뜻이다. 대포동은 이후 무수단으로 바뀌면서 '무수단' 명칭이 등장했다.
당연히 북한은 이런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주로 별과 행성 이름을 주로 해서 미사일 작명을 한다. 지대지 탄도 미사일 계열에는 '화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는 '북극성', 순항 미사일 계열에는 '금성'이 주로 붙는다.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의 경우에는 '광명성'이 붙는다. 광명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한다.
미사일 기술과 사거리의 진화에 따라 미사일 명칭 뒤에 숫자가 가미된다. 사거리 3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화성-5형, 사거리 4천500km는 화성-12형, 1만km 이상의 화성-14형, 1만3천km 이상의 화성-15형 등이다. 미국 대륙을 겨냥한 1만5천km 정도의 ICBM급은 화성-17형이고, 2023년에 등장한 화성-18형은 ICBM으로는 처음으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이라는 기술적 진화가 특징이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 발사 직후 공중에서 엔진이 점화되는 방식을 말한다.
핵무기 계열에는 다른 이름이 붙는다.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명칭은 '해일'이다. 미사일 등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는 파괴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듯 '화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화성-20형의 위력...美본토 사거리-다탄두 장착 가능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신형 ICBM 화성-20형의 실물공개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강의 핵전략 무기 체계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20형' 종대가 주로를 메우며 광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열광적 환호는 고조를 이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0월말 발사한 ICBM이 기존의 화성-18형이 아닌 새로운 화성-19형이라 밝히면서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 당국은 화성-19형에 대해 탄두부가 같은 고체연료 미사일인 화성-18형보다 뭉툭한데 이는 다탄두 탑재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다시 '화성-20형'을 공개한 것을 보면 화성-20형은 '최최종 완결판' ICBM이라 부를 만하다. 가장 큰 특징은 탄소섬유 복합 소재를 사용한 것이며, 미사일의 무게를 줄여 엔진 출력을 최대 200tf(톤포스)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개막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 2025;에서 화성-20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 미사일은 전시장 중앙부에 ICBM 이동식 발사대(TEL)와 함께 전시됐다. 당시에는 화성-19형 개량형으로 추정됐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화성-20형'으로 언급한 것이다. 화성-20형 TEL은 바퀴가 11축으로 화성-19형 TEL과 동일하지만, 좌우 발사관 기립 장치가 없고 발사관 덮개도 뾰족한 형상에서 뭉툭하게 바뀌었다. 다탄두 기술 적용 등을 고려해 탄두부 적재 공간을 늘린 설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사일 외관 도색도 화성-19형과 달랐다. 화성-19형은 탄두부에 바둑판무늬로 검정과 흰색이 도색돼 있었지만, 화성-20형은 검정과 흰색 세로줄이 번갈아 도색돼 있다.
◆美미사일 방어 비상...신형 요격시스템 구축 박자
화성-20형은 아직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형 이동식 발사대가 등장한 것을 보면 조만간 시험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화성-20형에 대해 엔진 출력을 높여 다탄두 ICBM으로 진화하는 한편 고열을 견뎌 대기권 진입에도 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다탄두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에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 44기를 배치해놓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화성-20형 미사일에 '5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난 2023년 2월8일 인민군 창건 75돌 열병식에서 북한은 '화성-17형'을 공개하면서 최소 11기 이상 내놓았는데, 미국은 당시에도 비상이 걸렸었다.
11기의 ICBM에 '4개 이상'의 탄두를 탑재해서 동시에 발사할 경우 탄두수가 44개를 넘게 되고,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능력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마이크 터너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북한과 관련한 억제력 개념은 죽었다(the concept of deterrence is dead)"고 말하기도 했다. 화성-20형의 등장에 미국이 느낄 위협은 2년 전에 비해 훨씬 강렬할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현재 신경 미사일요격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차세대 요격미사일(NGI)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가결된 '2025 국방수권법'에는 "북한과 같은 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지상 요격미사일(GBI)을 추가 배치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적이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에 탑재할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도 있음을 공언하는 만큼 미국의 MD체계 강화와 한미일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도 한층 빨리질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4대강 재자연화 외친 李 정부…낙동강 보 개방·철거 '빗장' 연다
李대통령, 24일 대구서 타운홀미팅…"다시 도약하는 길 모색"
李대통령, 24일 취임 후 첫 대구 방문…"재도약 길, 시민 목소리 듣는다"
나경원은 언니가 없는데…최혁진 "羅언니가 김충식에 내연녀 소개"
냉부해 논란 탓?…李 대통령 지지율 52.2%로 또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