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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도서 '유해' 민원에 보존서고로…광역대표도서관 6곳 열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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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 제한 조치를 시정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손솔 진보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국 광역대표도서관 6곳이 여전히 성평등·성교육 도서의 열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솔 진보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도서관이 '유해도서 민원'이나 '특별한 사유'를 이유로 권장도서와 수상작까지 보존서고로 옮겨두거나 대출을 막고 있었다.

손 의원이 16개 광역대표도서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 여부를 조사한 결과, ▷경북도서관 ▷대전 한밭도서관 ▷충남도서관 ▷전북도청도서관 ▷부산도서관 ▷경남도서관 등 6곳에서 총 28종의 도서가 제한 조치를 받고 있었다.

제한 사유로는 "유해도서 민원 접수에 따라 직접 열람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 "비치 공간 부족"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인권위가 지난 9월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되지 않은 성평등 도서를 별도 비치하거나 열람·대출을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한 이후에도 제재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경북도서관은 '유해도서 퇴출 민원'을 이유로 15종의 도서를 보존서고로 옮겼다. '달라도 친구',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서연이의 페미니즘 다이어리', '세상의 모든 가족' 등은 모두 기관 추천도서나 권장도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열람이 제한됐다. 이 도서들은 보존서고 신청을 거쳐야만 대출·열람이 가능하며, 대출 기간도 일반 도서의 5분의 1 수준인 3일에 불과하다.

충남도서관은 'Girl's Talk 걸스 토크', '여자 사전' 등 2종의 도서를 보호자 동반 시에만 어린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서관 운영 규정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관장이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으나 이는 인권위가 충남도지사에게 내린 권고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전북도청도서관은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따로 따로 행복하게',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등 7종의 도서를 전면 열람·대출 금지 조치했다. '세상의 모든 가족'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 도서이자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임에도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손 의원은 "성평등 도서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도서관이 자체 판단으로 열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검열 행위"라며 "도서관 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임지고 시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체부가 도서관 현장의 자율성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인권위 권고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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