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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5천600억 규모 '친분 투자' 다시 논란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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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출자자와 피고인 특별한 관계"
최윤범 회장, 검증 없이 신생 펀드에 거액 출자…
단순 투자 아닌 '친구 돈 맡김' 판단… 기업 윤리·내부통제 근간 무너져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이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에게 펀드 자금 유용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면서, 고려아연의 5천600억원 규모 '친분 투자'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개인적 친분만을 근거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신생 사모펀드에 회사 돈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윤리와 내부통제의 근간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이 원아시아펀드를 '특수관계자 펀드'로 규정하며, 사실상 회사 자금이 '회장 친구'에게 흘러간 구조였음을 명확히 했다기 때문이다.

◆법원 "출자자,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 특수관계자 펀드 판단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이 일반 투자자가 아니고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 이는 원아시아 펀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대표 등 '개인적 친분 인맥'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자 펀드였음을 확인한 대목이다.

법조계는 "법원이 출자자 관계를 명시한 것은 고려아연의 출자가 통상적인 자금 운용이 아닌 '회장 개인 네트워크 중심의 사적 자금 운용'에 가깝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사회·리스크 심사 전무… 5천600억 '친구 펀드'로 흘러가

고려아연은 2019년 설립된 신생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 2023년까지 총 5천600억원을 출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장사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이사회 보고나 리스크 검토, 외부 실사 절차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또한 사전·사후적으로 어떠한 견제 역할도 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고려아연은 해당 자금의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영풍 관계자는 "지창배 대표의 유죄는 고려아연의 내부 통제와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는 증거"라며 "수천억원이 회장 개인 판단에 따라 운용된 것은 상장사로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알고도 조치 안 한 정황… "내부통제 붕괴의 상징적 사건"

법원은 또 "출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지창배 대표의 자금 유용 사실을 인지하고도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펀드의 단일 투자자(LP)에 가까웠던 만큼, 자금 흐름의 이상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운용한 8개 펀드 중 6개에서 96.7%의 지분을 차지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펀드 대표의 개인 범죄가 아니다"며 "최 회장 체제의 고려아연이 얼마나 통제 없이 운영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최 회장과 경영진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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