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저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번엔 표적(標的)이 공해상이 아니라 내륙이다. 사거리로 봤을 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도 타격 가능하다. 최대 사거리 500㎞로 발사지에서 경주까지 직선거리가 440㎞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정권 안이다. 그러나 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공식 입장은 찾아볼 수 없다. 규탄 메시지, 하다못해 유감 표명도 없다.
북한 미사일 도발(挑發)이 위협적이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번엔 상황이 또 다르다. 국내용으로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당장 일주일 후면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APEC이 경주에서 열린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각국 정상을 초청해 놓고 이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에 말 한마디 못 하는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는 발표 외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인가.
이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APEC을 계기로 혹시나 성사될지 모르는 만남을 위해 규탄의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다는 것인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당일 거제에서 열린 3천600t급 잠수함인 '장영실함' 진수식(進水式)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역대 신형 잠수함 진수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다음 주 경주 APEC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의 안전 위협 및 불안 경감(輕減)을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과 정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주를 겨냥한 실제 도발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정상들이 찜찜함을 안고 한국에 오게 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분명하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 눈치도 정도껏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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