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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꼭지 잡은거 아냐?" … 'AI 버블' 우려 확산에 동학개미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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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SK하이닉스 7%·삼성전자 6% 하락 중
미국 AI 고평가 논란에 이틀째 급락세
외국인 '팔자' 속 개미 '줍줍' … 불안감 확산
증권가 "반도체 실적 내년까지 견고 … 조정 시 매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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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틀째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래픽카드(GPU) 관련 돌발 발언과 인공지능(AI) 관련주 고평가 경계감이 겹치면서다. 최근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주도한 반도체주 열풍에 뒤늦게 올라탔던 동학개미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7.85% 내린 5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62만원대에 올라섰던 SK하이닉스는 깊은 낙폭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6.10% 하락 중이다. 지난 3일 역대 최초로 11만원대를 넘어선 지 이틀 만에 삼성전자는 장 초반 10만원대가 무너지면서 9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 이은 급락세다. 지난 4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5.48%, 5.58% 급락 마감한 바 있다.

코스피 대형주의 급락 영향으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60% 급락하면서 장 중 380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 4200대를 돌파했던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의 고전이 이어지면서 이틀 만에 300포인트 넘게 내려온 상태다.

◆트럼프 돌발 발언·AI 거품론 확산·금리인하 기대감 후퇴 '발목'

반도체 대형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GPU 관련 돌발 발언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한국정부와 삼성 등 기업에 오는 2030년까지 GPU 26만장을 공급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당일 현지 CBS '60분' 인터뷰를 통해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한국이 아닌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날 반도체주 조정의 빌미가 됐다.

여기에 AI 관련주 고평가에 대한 경계감 확산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간밤 뉴욕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86.087포인트(2.04%) 급락한 2만3348.637에 거래를 마쳤다.

AI 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7.95%)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내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됐다. 이로 인해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우려가 확산되면서 오라클은 3.75%,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3.96%, 3.7% 급락했다.

미국 증시에선 AI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4월 이후 뚜렷한 조정이나 압력이 없었다. 이익은 좋지만 투자자들은 일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자본 지출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1년간의 이익 성장이 이런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12월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의견차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주가를 지지하고 경기·고용 둔화를 완화하길 기대하지만 향후 금리 경로의 불확실성은 확산하고 있다.

◆동학개미 '줍줍'·외인 '팔자' … 증권가 "주도주 어디 안 가, 조정 시 매수"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반도체랠리에 뒤늦게 올라탔던 동학개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31일부터 4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 2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이 기간 동학개미는 SK하이닉스를 1조6661억원어치, 삼성전자를 4931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들은 반도체 투톱을 적극적으로 파는 모습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1위는 SK하이닉스로, 2조3075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들은 지난 4일까지 7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를 순매도했다.

외인은 삼성전자도 팔고 있다. 지난 31일 1조7945억원어치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최근 2거래일 동안 869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그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자 외국인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상승세가 가팔랐던 만큼 증권가에선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이벤트 소멸 등으로 조정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하단을 코스피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배율 10.3배 구간인 3700포인트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반도체 주가의 중장기 전망을 밝게 점친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견고한 만큼 해당 종목에 대한 눈높이를 올리는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15개 증권사가, 이달에는 3곳의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SK증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17만원과 100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일본계 IB(투자은행) 노무라는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7년부터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는 SK하이닉스의 내년과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38%, 46% 상향한 99조원과 128조원으로 제시했다. 목표가는 기존 54만원에서 84만원으로 55% 이상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최근 3년간 거시경제의 흐름에 연동되지 않고 있으며 메모리 사이클의 강도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며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가치평가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며, 밸류에이션 방법을 주가수익비율(PER)로 변경하며 목표가를 10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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