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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상괭이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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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우 시인

심강우 시인
심강우 시인

중국 양쯔강 일대에 상괭이가 자주 목격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당국은 상괭이 보호를 위해 양쯔강 유역에 총 10여개의 보호구를 세우는 한편 공장 신설과 확충에 엄격히 대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교 역학이나 이데올로기를 떠나 좋은 정책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여느 물고기들과 달리 상괭이는 등지느러미와 주둥이가 없다. 성격이 온순한 이 동물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상큼한 미소일 것이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자, 스마일!" 하면 자동으로 지어지는 그런 미소.

고래목 이빨고래아목 참돌고래상과 쇠돌고래과에 속한 이것의 이름은 '자산어보'에 나오는 상광어(尙光漁)에서 유래됐다. 수면에 드러난 몸체가 물빛에 반사돼 빛을 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상괭이에게 최대 위협은 안강망이나 정치망 따위의 그물이다. 사실 서해와 남해는 설치된 그물이 워낙 많아 상괭이에겐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허파로 숨을 쉬는 상괭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물 위로 올라가야 한다. 어망의 재질이 합성섬유이고 망구(網口)가 철제파이프라니 일단 그물에 걸리면 살아날 길이 없다고 봐야 한다.

혼획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혼획(混獲)의 사전적 의미는 '어획 대상종에 섞여서 다른 종류의 물고기가 함께 잡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괭이는 운 나쁘게 잡혀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법규가 혼획으로 죽은 고래에 대해서는 상업적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혼획을 빙자한 포획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혼획된 고래류 중 상괭이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통계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탈출구가 장착된 혼획방지 그물이 개발됐다는 점이다. 탈출구는 지퍼의 원리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 그것의 실효성은 사용하는 이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한 아이가 발을 들었다 놓으며 숫자를 센다. 놀이나 운동이려니 했는데 개미떼를 짓밟는 행위다. 한마디 하려는데 아이의 엄마가 더 빨랐다. "왜 그래. 신발 더러워지게." 신발 바닥을 흘깃 살핀 아이는 그제야 하던 동작을 멈춘다. 개체의 생명보다 신발의 청결이 더 중요하다는 것. 예외적 행태라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우묵해지는 건 왜일까.

인체와 마찬가지로 자연 또한 다종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순환계이다. 돌담의 돌 하나가 손상될 경우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뿐더러 담 전체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개미나 상괭이를 담장의 돌 같은 존재라 하면 어떨까?

상괭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지가 되는 느낌이다. 번쩍 들었던 발을 가만히 내려놓게끔 하는 자연의 표정. 진짜 무서운 건 마음이 더럽혀지는 게 아니냐고 넌지시 묻는 저 미소. 그걸 보는 순간 평지가 8분음표처럼 볼록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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