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백억 쏟고도 고용 제자리… 안동형일자리 '성과 홍보' 논란 확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백신 분야 50억원 투입하고도 34명… 핵심 고용 '역주행'
교육·기업·R&D 따로 노는 구조적 단절… "성과 착시 심각"
市 "4년 성과 있다" 주장에도 전문가 "근본 개편 없인 반복"

국립경국대 전경. 매일신문DB
국립경국대 전경. 매일신문DB
안동시청 전경. 매일신문DB
안동시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안동시와 국립경국대학교가 수백억원을 들여 추진한 안동형일자리사업이 '허상'뿐이라는 비판(매일신문 19일자 2면 보도)에 이어 핵심 축으로 내세운 백신 분야가 사실상 '최악의 성적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동시가 지난 20일 "4년의 성과로 증명됐다"며 사업 실적을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를 내자, 지역에서는 비난을 덮기 위한 '성과 포장'이라는 지적과 함께 "성과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역풍이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백신·문화·AI·식품융합·관광 등 5대 신산업과 연계한 인력양성 체계를 마련하고 2030년까지 핵심 인력 1만명, 강소기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미래산업을 키우겠다던 사업이 정작 일자리 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는 냉혹한 평가 때문이다.

◆미래산업 취업 증가?… "핵심 백신 분야만 보면 사실상 실패"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산업군(백신·친환경·스마트팜·대마·AI) 전체 취업자는 ▷2021년 15명 ▷2022년 39명 ▷2023년 22명 ▷2024년 46명으로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성장'이지만, 사업의 중추인 백신·친환경 분야 실적은 오히려 붕괴 수준이다. ▷2021년 7명 ▷2022년 15명 ▷2023년 10명 ▷2024년 2명 총 34명.

여기에 들어간 돈은 4년간 50억원, 전체 예산의 20%다. 예산은 가장 많이 투입하고, 고용은 가장 적게 난 구조다.

지역에서는 "이 정도면 사업 설계가 잘못됐거나 관리가 방치됐거나 둘 중 하나"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교육 따로, 기업 따로, 연구 따로"… 설계부터 어긋난 '삼중 붕괴'

전문가들은 미래산업 고용 부진을 두고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사업 구조가 애초에 사람을 향해 설계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업과 연결되지 않고, 기업 수요는 교육과정에 반영되지 않으며, R&D는 일자리와 단절된 채 별도로 굴러간다. 즉, 기술개발–교육–기업지원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따로 노는 '삼중 붕괴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사업은 외형만 커졌지 프로그램끼리 연결이 안 된다. 숫자 채우기식 행사만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지역 기업도 "지원금은 받았지만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아 인력난만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시·국립경국대 "성과 있었다" 주장… 그러나 데이터가 '구멍' 드러내

안동시와 국립경국대는 ▷384개 기업·30개 창업기업 지원 ▷전문인력 927명 양성 ▷청년 일자리 444명 ▷지식재산권 88건 등의 수치를 제시하며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가 "사업단이 만들기 쉬운 보여주기식 숫자"라며 고용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대표적 착시지표라고 지적한다.

특히 참여기업의 매출 증가·고용 유지율 조사 역시 "표본이 제한적이고, 일자리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핵심 전략 분야(백신)에 50억원을 쓰고 34명 고용했다면, 사업평가에서 '전면 재설계'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며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면 단 1명 늘어나는 데 또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직격했다.

◆내년 'ABC 산업 재편'?… "근본 구조 안 고치면 간판만 바뀌는 것"

안동시는 2026년을 'ABC 산업 재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농식품(A)·바이오(B)·문화관광(C) 중심 구조개편을 예고했다.

사업단은 ▷차세대 mRNA 기반 구축 ▷ValueUP 창업지원 ▷현장실습·인턴 확대 ▷교육–기업–R&D 연계체 정례화 등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간판만 새로 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는다.

한 연구자는 "ABC 재편은 방향성만 제시한 것일 뿐, 백신 등 핵심 분야의 고용 구조를 바꾸는 구체적 로드맵은 여전히 비어 있다"며 "기술–고용 간 사다리를 설계하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반은 쌓았다"는 시 주장… 그러나 일자리는 아직 없다

지금의 논란은 단순히 성과 과소평가 문제가 아니다. 산업 기반은 쌓았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고용이라는 '결과'는 따라오지 않은 것이다.

50억원을 들여 고용 34명, 이 숫자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분명하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사람을 잇는 구조 없는 일자리 사업은 결국 예산 소비 사업"이다.

내년 ABC 재편이 과연 '새 간판'이 될지, 아니면 '새 구조'가 될지는 지금의 문제를 정확히 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ABC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구조 고도화를 추진해 기업이 지속 성장하고 청년이 지역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확실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