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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전병서] 미국의 AI 기술과 한국의 제조업을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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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반중(反中), 탈중(脫中), 극중(克中)은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마라탕을 먹으며 반중을 외치고, 테무·알리발(發) 저가 제품을 쓰면서 탈중을 논하며, 5년간 완벽한 캐시리스(Cashless) 사회로 변모한 중국을 경험하지 않고 '극중'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중국이 아니라, 반도체를 제외하고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어진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진짜 문제다.

AI가 세상을 뒤엎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변변한 AI 모델 하나 없는 한국이 오픈AI의 아성을 위협하는 딥시크(Deepseek)를 가진 중국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오판이다.

미국과 중국의 8년에 걸친 경제 전쟁을 관찰하면, 트럼프와 바이든이라는 미국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매번 전투에 목숨을 걸다 헛발질하고, '늘공'(늘 공무원) 시진핑은 장기적인 전쟁에 올인하여 버텨내고 있다. 미국의 어공들은 서로 엇박자 정책을 펼치며 중국을 좌초시키기는커녕 중국의 반발심만 키워 더 강하게 만들었다.

이미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 GDP의 70%대로 일어섰으며, 미·중 간의 전쟁은 더 이상 일방적인 승리가 불가능하다. 적 10명을 죽이려면 아군도 7, 8명은 죽어야 하는 '동반 자멸형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답은 "오래 굶은 놈이 이긴다"이다. 미·중 경제 전쟁, '절박한 중국의 힘'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 절박함이 중국의 협상 우위를 끌어내고 있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이 5차례나 진행되었지만, 세계의 넘버원(Number1) 미국이 중국의 온리원(Only1) 희토류에 질질 끌려다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등에서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으며, 이젠 반도체마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30% 관세 보복을 가해도 중국이 덤덤한 것은 바로 'AI+제조업' 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자금을 AI 개발에 쏟아붓고 있지만, 언제 수익이 날지 몰라 사상 최대 실적에도 빅테크 주가가 속락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AI에 제조업을 접목시켜 생산성을 50% 올리는 것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로 'AI+제조업'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여 미국의 30% 관세 허들을 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AI 기술을 가진 미국은 'AI+제조업'으로 생산성을 높여 투자 회수를 조기에 하고 싶어도, 제조업 기반이 40년 전에 이미 집을 나가버려 AI에 불을 붙일 제조업 빅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이다. 서방 선진국들은 인건비 상승과 노동 인구 감소로 제조업 비중이 계속 줄어들지만,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제조업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여기에 AI를 접목하는 산업 현대화를 향후 5년간 경제 정책의 1순위로 올렸다.

문제는 중국의 'AI+제조업'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지금도 한국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자는 중국이며, 경쟁력 하락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이 'AI+제조업' 전략으로 원가를 30%에서 50%까지 더 낮춘다면, 한국 제조업은 갈 곳을 잃고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의 유일한 대응이자 생존 전략은 바로 미국의 AI 기술과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결합하는 '한+미 AI+제조업' 전략을 미국에 제안하고 즉각 실행하는 것이다. 40년 전 경쟁력 부족으로 집 나간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지어 봤자 적자만 볼 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노하우를,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강점을 결합하여 생산성을 50% 이상 올린 'AI+제조업 모델'을 한국에서 먼저 투자해 완성하고, 이를 다시 미국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야말로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하고 중국의 'AI+제조업' 공습에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 AI 기술과 한국의 제조업 생산 노하우를 결합한 이 새로운 산업 모델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제조업의 유일한 생존 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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