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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위 분리에 공장 멈출 수도"…재계, 노란봉투법 시행령에 강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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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재계에서는 하청노조의 개별 교섭 요구가 빗발치는 등 현장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하청뿐만 아니라 원청 내 복수노조와 개별 교섭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우선 진행하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노사 자율 합의가 어려울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대해 재계는 노동위 판단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대신 교섭단위가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노사 협상이 지연되고 혼선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령 1차 협력사만 300개, 2·3차 협력사가 5천개에 달하는 등 국내 최대 협력사 생태계가 형성된 현대차의 경우 이들 협력사 노조가 모두 현대차를 상대로 개별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근로조건 차이부터, 업무 성질과 내용, 작업 방식, 작업 환경, 노동 강도 등으로 매우 다양해서 모든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 아니라 분리가 원칙인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된 원청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 문제가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하청 업체가 많은 기업의 경우 교섭이 한 곳이라도 흐트러지게 되면 공장 가동이나 생산 계획 등의 프로세스에 애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 내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그다음 해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는데, 이는 한국의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를 외부에 보낸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자 확보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행령이 원·하청 노조뿐만 아니라 원청 내 복수노조와의 관계까지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섭단위 분리 기준으로 기존 단위 유지 시 노조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까지 포함된 상황에서 원청의 복수노조가 이를 근거로 각각의 창구 개설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으로 기존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원청 사업장에 또 다른 혼란을 유발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원청마저 단위를 분리할 경우 혼란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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