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화 시인이 신작 시집 '남아있는 날들은 그림자도 떼어 놓고'를 펴냈다. 제목처럼 이번 시집은 상실 이후의 삶, 마음이 무너진 자리를 어떻게 다시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화려한 표현보다 낮고 섬세한 시선을 고집해온 저자의 언어는 이번에도 일상 속 미세한 감정을 포착하며 독자에게 다가온다.
떼어낼 수 없다고 여겨온 마음의 어둠, 오래 붙잡아온 감정들을 천천히 내려놓는 것. 이는 체념이 아니라 남아 있는 날들을 더 단단하게 살아내기 위한 의지에 가깝다. 저자는 부서진 사물, 저녁 골목, 서랍 속 오래된 편지 같은 장면을 통해 잊고 지낸 감정들을 다시 환기하며, 독자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어떤 것을 떠나보낼지를 묻는다.
관계와 기억을 다룬 시편도 돋보인다.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간격, 말 한마디가 남기는 잔향, 오래된 유년의 풍경까지 저자는 이를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문장으로 기록한다. 지나간 시간을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으면서 과거의 감정과 화해하는 그의 시선은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다.
조용히 읽히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 삶의 속도가 벅찬 이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시집은 가벼운 쉼과 빛 한 조각을 건네는 책이 될 것이다. 13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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