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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이슈] 전력 수요 폭증에 '전력망 경고등'…에너지 고속도로·시장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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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수요 집중·지역 송전 병목 속 전력망 확충과 제도 개혁 과제
HVDC '에너지 고속도로'와 LMP·도매시장 도입으로 투자·수급 신호 재설계
2024~2038년 전력망 73조 이상…산업용 요금 3년 새 75.8%↑ 딜레마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후부(기상청)·원안위 업무보고에서 기후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관련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후부(기상청)·원안위 업무보고에서 기후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관련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첨단산업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전력망의 구조적 한계와 투자 지연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지만, 이를 해결할 송전망 확충과 가격 결정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전력 시장 구조개혁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공급계획.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공급계획.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반도체·AI 등 전력 수요의 폭증…안정성 위협

정부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국가전략산업의 핵심이지만, 막대한 전력 공급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 16GW(기가와트)는 2024년 대한민국 전체 최대 부하의 약 16.5%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일반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SK하이닉스 1기 팹(반도체 공장)은 2027년 5월 준공 예정인데, 이를 위해 2026년까지 1.5GW 규모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은 1분 내외의 정전만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므로,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고품질의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AI 기술의 확산은 전력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4년 세계 전력 소비의 1.5%(415TWh) 수준인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해 3%(945TWh)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변동성'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동기화돼 작동하므로 밀리초 단위로 부하가 급변한다. 전력 소비가 연산 시에 급증하고, 데이터 전송 및 동기화 시에는 급감한다. 이는 기존 클라우드 대비 10배 이상 큰 변동 폭이다. 급격한 부하 변동은 기존 발전기의 응답 속도로는 대응하기 어려워, 부하가 동시에 이탈할 경우 연쇄 정전(블랙아웃)의 위험까지 제기된다.

2024년 기준 지역별 전력 생산 현황 및 지역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2024년 기준 지역별 전력 생산 현황 및 지역별 재생에너지 발전량. 현대경제연구원 제공

◆국가 전력망…공급·수요의 지역적 불균형, 송전망 병목 현상

우리나라 전력망은 생산지와 소비지의 지리적 불일치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일사량이 좋은 호남과 영남 등 남부 지역에 치우친 반면, 전력 수요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수도권에 쏠려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의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8천485GWh)은 전체의 23.5%를 차지하지만, 전력 수요는 전국의 7.9%에 불과해 수급 불균형이 극심하다.

발전 설비는 늘어났지만, 이를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03년 이후 주요 전력 설비(발전소, 변압기) 용량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전력망은 같은 기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라고 분석했다.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은 기존 송전선로로는 4.5GW에 불과해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에 따른 송전선로 병목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한국산업은행은 예상했다. 특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가 2025년 39GW에서 2038년 121.9GW까지 확대될 경우, 2036년에는 호남권에서만 58.5GW에 달하는 잉여 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부(기상청)·원안위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관련 업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부(기상청)·원안위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관련 업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고속도로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장벽

전력망이 어디서 얼마나 부족한지 파악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모선별한계가격(LMP)'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LMP는 지역별 송전 제약과 혼잡비용을 반영한 가격 신호로, 가격이 높은 지역이 곧 송전망 투자가 필요한 곳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현재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시스템(EMS)은 발전기 상태 정보 오류 등으로 인해 LMP를 계산할 수 있는 기술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2025년 1월 감사원 결과에서 드러났다. 과학적 데이터 없이 진행되는 투자는 과잉 투자나 정책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2030년대에 620㎞ 길이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2040년대에는 서·남·동해안을 잇는 U자형 망을 완성해 지방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HVDC는 교류 송전보다 대용량·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 매설 거리에 제한이 없으며, 건설비용도 교류 송전망보다 저렴하다.

문제는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만 73조 원 이상이 필요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한전의 차입금은 2025년 2분기 기준 86조5천억 원이고, 2028년까지 상환해야 할 원화 사채가 49조 원에 달한다.

더불어 정부는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원전,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등)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나, 국내 산업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 설치 비용(2023년 기준)은 ㎾당 1천205달러로 중국의 약 1.8배에 달하며, 풍력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국 대비 76%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자생력 부족은 에너지 전환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력망 투자 재원 확보와 에너지 수급 조절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이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5.8%(105.5→185.5원) 인상됐으며, 이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전력 다소비 산업(AI, 반도체, 철강 등)은 전기요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사례가 있어, 국내 제조업의 해외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23~2038년 국내 발전량 전망. 산업통산자원부 제공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23~2038년 국내 발전량 전망. 산업통산자원부 제공

◆인프라 투자와 사회적 합의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급격한 부하 변동원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단순 소비자가 아닌 전력망 안정성을 분담하는 '그리드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이나 그리드 연계형 무정전전원장치(UPS) 같은 하드웨어 자원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 통합적 대응을 주문했다. 북미 지역처럼 '저전압 순간 유지'(LVRT) 기능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규제도 필요하다.

효율적인 에너지 배분을 위해 시장 구조 개혁도 필수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도매시장 도입을 통해 가격 신호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요 반응(DR) 시장을 활성화해 피크 부하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스 시장에서도 배관망 중립성을 보장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전력망 확충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은 송전망 경유지 주민에게 금전적 보상이나 지역 발전 기금을 제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우리나라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기반으로 경유지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교한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간 균형을 고려하는 한국형 에너지 전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과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전기와 가스, 열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에너지 통합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한화미래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태양광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한화미래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태양광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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