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이 커피 맛을 내는 이른바 '대체커피'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커피가 일상 음료로 자리 잡은 가운데 건강 관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카페인 음료 시장이 급성장했고, 보리나 치커리 뿌리 등 재료로 커피와 유사한 맛을 내는 대체커피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 식음료 시장에 불어닥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문화) 바람이 다방면에서 이어지는 양상으로 보인다.
◆보리·치커리가 커피 대체
유통·식품업계는 커피와 유사한 맛을 내는 대체커피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치커리 뿌리를 활용한 대체커피 제품을 출시했다. '치코 마일드 로스트'와 '치코 마일드 라테' 2종이다. 치커리 뿌리를 볶아 쌉싸름한 커피 풍미를 구현한 무카페인 제품이다.
상품명 '치코'는 치커리와 커피를 결합해 지었다. 보리나 현미를 주요 원료로 활용하는 대체커피가 고소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 것과 달리 치코는 치커리를 사용해 일반 커피에 가까운 풍미가 난다는 게 롯데마트 설명이다. 롯데마트·슈퍼 관계자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제안하는 대표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커피 대신 마시기 좋은 '오르조'(Orzo)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 오르조는 보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유럽에서 볶은 보리를 곱게 갈아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추출한 음료를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차 브랜드 티젠은 커피 대용차 '티젠 카페 오르조'를 출시했으며, 매일유업은 무카페인 액상음료 '바리스타룰스 오르조 블랙'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산 보리와 치커리, 호밀, 맥아 등 식물성 원료를 로스팅·배합해 커피 풍미를 재현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도 최근 디카페인 커피와 오르조를 혼합한 스틱커피 제품 '오르조 블렌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내놨다. 이디야커피는 커피를 줄이기보다 시간대와 컨디션에 따라 디카페인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카페인 부담을 낮추면서 커피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건강 중시하는 소비자들
대체커피 제품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헬시 플레저 바람이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카페인 걱정 없이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체커피나 저녁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이미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량은 1만40톤(t)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월 한 달간 수입량은 814t으로 역대 1월 기준 가장 많았다. 반면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은 일반 커피 원두 수입량은 지난해 18만4천600t으로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업계 1위인 스타벅스에서는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이 연간 4천550만잔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3천270만잔) 대비 39% 증가한 수치다. 스타벅스 전체 음료 중 '디카페인 카페 아메리카노' 판매량은 '자몽 허니 블랙 티'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아메리카노 카테고리 내 디카페인 비중의 경우 지난 2019년 6.6%에서 지난해 13%로 2배가량 상승했다.
중동지역 분쟁과 유가·환율 상승, 물류비 부담, 주요 생산국 작황 변수 등으로 원두 가격 변동성이 커진 점도 대체커피가 부상하는 데 영향을 줬다.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등으로 커피 재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대체커피 시장이 확대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3억달러(약 42조원)에서 오는 2035년 약 498억달러(약 7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식품업계에선 대체커피가 원두커피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지속 가능성을 앞세운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지만 무카페인과 식물성 음료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군이 다양해질 것"이라면서 "가공 음료나 과자류 등 제품군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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