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 체계가 유례없는 변화를 맞게 됐다.
검찰의 수사 권한을 명시한 형사소송법이 1954년 제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72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는 경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드러나더라도 검찰은 직접 사건을 바로잡을 수 없게 된다. 검찰에 남는 것은 보완수사 '요구권'뿐이어서 부실 수사를 막을 마지막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보완수사권 폐지…어떻게 바뀌나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권 주도로 추진한 검찰개혁의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안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 마련된 법령 195조는 '검사는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사법경찰관(경찰)은 수사를 책임진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검사는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검토하더라도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됐다. 피의자나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을 불러 증거를 수집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추가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오로지 경찰에게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검사가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삭제됐다. 검사는 경찰 등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모든 영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소·고발 창구도 경찰로 일원화된다. 현행법은 검사 또는 경찰에게 서면이나 구술로 고소·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대상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경찰에게만 접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검찰청의 후신격인 공소청이 출범하더라도 검사에게 직접 고소·고발장을 제출해 사건 처리를 요구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 경찰 등을 견제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 A 변호사는 "형사사법제도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데, 지금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제도"라며 "세계적으로 이런 입법례를 가진 나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등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 안에 이번 개정안을 두고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보완수사 폐지 후폭풍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개정안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안을 담았다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먼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대신하는 장치로 신설된 '사실관계 확인권'이 대표적이다. 검사는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 기록을 검토하다 의문이 생기면 피의자나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을 불러 면담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다. 검사를 수사에서 완전히 분리한다는 취지지만, 범죄사실을 확인하고도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실 규명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검사가 확인한 내용을 증거로 활용하려면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 경우 사건관계인은 같은 사안을 검찰과 경찰에서 반복적으로 조사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사건 처리 기간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는 기한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경찰이 기한을 맞추는 데 집중하다 보면 수사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지검이 지난해 상반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의 평균 회신 기간은 53.2일로 집계됐다. 최장 처리 기간은 381일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 달만으로는 수사의 완결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찰관의 징계(직무배제 등)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실효성 논란에 직면한다. 실제 인사와 징계 권한은 경찰이 갖고 있는 만큼 검찰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법원도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사법부 차원의 첫 공식 입장을 내고,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형법에 정통한 대구 B 변호사는 "법을 개정할 때는 공청회부터 형사법학회 등에 의견을 묻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 같다"며 "변호사 단체 등에서도 반대 의견을 밝히곤 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죄입증책임을 지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박탈시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여러 의견을 검토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형사소송법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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