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중산층을 자부하는 집 거실에는 공식처럼 카펫이 깔려 있었다. 카펫에 수놓인 기묘한 패턴을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반적 중산층과 차별화하고 싶은 안주인들은 '헤라트 카펫'이라는 고유명사를 심어 주려 애썼다.
카펫을 사뿐히 밟은 그들은 부(富)의 오라(Aura)가 발광하길 원했다. 대개는 모조품이었으나 진짜라면 얘기가 달랐다. 진짜를 바닥에 깔 만큼 경제적 밑단이 단단한 부류라는 증거품이기도 했다. 이란 호라산 지역의 수공예품으로 집 한 채 값이라는 설명이 덧붙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섬세한 이란인들의 예술성은 영화계에서 숱한 명작으로 입증됐다. 특히 권력자를 조롱하고 체제를 에둘러 비판하는 작품들이 시네필(Cinephile)의 시선을 붙들어 맸다. 2011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특이해 보인 장면 중 하나는 남성 치매 노인을 돌보는 여성 간병인의 행동 양태였다. 여성 간병인은 소변을 지린 남성 치매 노인을 씻기려 할 때 나신(裸身)을 봐도 종교적으로 괜찮은지 종교경찰에게 전화로 묻는다. 종교적 신념 등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가 있는 이란의 단면이었다.
경제난을 호소한 반정부 시위대에 정부는 총구를 겨눴다. 믿기 힘든 보도들이 이어졌다. 머리를 조준해 쏜 것으로 보이는 시신도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을 들끓게 한 반정부 시위였다. 시위로 숨진 이들이 3만 명 이상일 거라는 인권 단체 추산이 나왔다. 이란 당국이 집계한 숫자도 3천 명을 넘는다.
그런데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대목은 이란 당국이 자국민을 악마화해 죽였다는 점이었다.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해도 괜찮다는 명분을 준 것이다. 마치 종교적 신념이 올곧게 선 것처럼 영점을 잡고 악마를 사냥하듯 격발했다는 것이다. 선악을 판가름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발포 명령이 있은 터였다.
우리는 이를 학살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영국 가디언은 이란 의료진의 시선을 통해 시위대의 특정 장기, 특히 눈과 심장을 겨냥한 고의적인 총격이 반복적으로 있었다고 전했다. 드물게는 생식기 부위를 노린 것도 있었다. 사람이 아닌 사냥감으로 본 것이다. 시위대와 진압대의 신(神)이 제각기 다르지 않을 것인데 최고지도자의 눈은 달랐던 것 같다.
나아가 가족의 죽음과 그에 따른 슬픔을 내보이려는 인간 본성을 이란 당국은 억누르려 했다. 이란에는 망자(亡者)가 숨진 지 40일째 되는 날에 마지막 애도를 표하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지난달 8∼10일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폭증한 뒤 40일에 해당하는 날이 우리의 설 연휴와 겹쳤다.
여기서 괴이한 요구가 나왔다. 이란 당국이 한 달 전부터 일부 유가족을 대상으로 공개 추모 행사를 열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추모식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보복성 체포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다친 시위대를 치료한 의료진 일부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것이 정녕 신의 뜻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최고지도자는 반정부 시위를 실패한 쿠데타라 규정하며 "유혈 사태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말하는 데서는 보편적 인류애마저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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