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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29>어진 사람은 산을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요산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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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윤겸(1711~1775),
김윤겸(1711~1775), '백악산(白岳山), 종이에 담채, 30.6×56.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지금은 북악스카이웨이, 북악팔각정의 북악산으로 더 익숙한 백악산을 그린 진재(眞宰) 김윤겸의 '백악산'이다. 산 자체를 눈에 가득 들어오는 온전한 주인공으로 그린 인상적인 산 그림이다. 서울 어디서나 보이는 백악산을 정면으로 화폭 한가운데에 건물이나 인물 없이 그렸다. 옅은 먹색에 푸른 담채를 슬쩍 얹어 산뜻하면서 실재감이 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애호가도 한국 사람은 대부분 산을 사랑한다. 공자님은 요산요수(樂山樂水), 각자의 성정에 따라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산과 물, 이 둘은 언제까지나 즐거워할 만한 근원적 대상이다.

동아시아 회화의 가장 강력한 주제인 산수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논어'의 요산요수까지 올라간다. 5세기에 이르러 구체적 산수화론인 '와유(臥遊)'론이 나왔다. 중국 남조 송나라 사람인 종병(宗炳)은 금(琴)을 잘 연주했고 평생 형산(荊山), 무산(巫山), 형산(衡山) 등 각지의 명산을 유람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자 고향으로 돌아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송서(宋書)'의 열전 '은일(隱逸)'에 나온다.

늙음과 병이 함께 찾아오니 명산을 두루 직접 가보기는 어려울 듯하구나. 오직 그림을 대하고 마음을 맑게 해 도(道)를 관조하며 누워서(방 안에서 마음으로) 그곳을 유람하리라.

老疾俱至 名山恐難遍睹 唯當澄懷觀道 臥以遊之

방 안에 누워 명산을 유람한다는 '와이유지(臥以游之)'는 산수화가 실제의 산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이고,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이 화창하게 펼쳐지는 해방감과 자유가 예술 작품으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산수화를 통한 정신의 고양이라는 종병의 와유론은 산수화론을 넘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과의 합일을 동경하는 사상이 공자님 시대부터 뿌리 깊었지만 현실주의자인 중국인들은 예술이 인간의 피난처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런 산수화가 18세기에 이르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명산과 자연을 그림으로 그려낸 진경산수로 나아갔다. 진경산수는 조선 후기 화단의 새로운 동향이었다. 한반도의 명산인 금강산도가 가장 인기를 끌었고 화가와 감상자들은 서울 도성 곳곳을 시각화해 그림으로 남겼다.

한양의 주산으로 경복궁, 청와대를 지켜주는 백악산은 정선, 김득신, 엄치욱 등 여러 화가들이 그렸다. 구도는 비슷하다. 그러나 '백악산'은 하늘을 꽉 채우며 써넣은 긴 제화시가 더해져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됐다. 김윤겸으로부터 이 그림을 선물 받은 성와(醒窩)라는 인물의 시다. 그는 김윤겸을 겸재 정선 이후 최고의 화가로 꼽았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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