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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강선일] 장애 여성 성추행 사건, 지역사회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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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호 받았는가, 누가 침묵속으로 밀려났는가"

강선일 사회2부 기자.
강선일 사회2부 기자.

경북 영천시 임고면 한 마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여성 성추행 사건은 단순한 형사 범죄를 넘어 지역사회와 제도가 사회적 약자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를 묻는 상징적 사례가 되고 있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자는 마을을 떠났고 마을 공동체는 여전히 불편한 침묵 속에 있다.

사건은 2023년 8월 지적장애 여성이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60~80대 남성 주민 3명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장애인 대상 성범죄로 분류된 사건은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서 가해 남성들에게 각각 징역 8~10년을 구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법원의 1심 판결이 났으나 쌍방 간 항소로 이어져 현재 상급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법 절차가 길어지는 동안 현실의 무게는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반복적인 진술 과정과 심리적 충격 속에 여전히 상담기관의 보호를 받으면서 결국 생활 터전이던 마을을 떠나야 했다. 법적 판단 이전에 피해자의 삶의 균형은 일방적으로 무너진 셈이다.

취재와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마을 분위기는 사건의 본질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성범죄의 중대성보다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느냐" "피해자의 말이 일관되지 않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진술 능력은 끊임없이 의심받았고 그 과정에서 범죄의 책임은 흐려졌다. 이는 개인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장애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이 만들어낸 구조적 장면이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전직 이장을 포함해 오랜 기간 마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간 범죄로 보기 어렵게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쉬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오히려 피해 여성과 남편에게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이 나왔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마을 공동체가 선택한 방식은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존재를 배제함으로써 평온을 유지하겠다는 방식에 가까웠다.

행정의 역할 또한 비켜갈 수 없다. 영천시는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주민 갈등 완화를 위해 충분한 개입과 지원을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행정이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는 책임 있는 대응이라 보기 어렵다. 사법부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동안에도 지방정부는 취약한 피해자가 안전하게 생활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울타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은 농촌 지역의 특수성이나 사실관계 다툼이란 말로 축소할 문제가 아니다.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 지역 권력, 사법 지연이 한 지점에서 맞물릴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사례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언젠가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보호받았는가, 누가 침묵 속으로 밀려났는가." "공동체는 약자를 지켜냈는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했는가".

피해자는 떠나 있고 마을은 남아 있다. 그러나 침묵이 계속되는 한 이번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조건과 구조 속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언제든 생겨날 수 있다.

지역사회와 행정, 사법이 각자의 자리에서 응당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 역시 가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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