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호소도, 부패 정치인, 재벌 등 거악(巨惡)이 활개치며 발 뻗고 자는 '범죄자 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각종 여론조사의 압도적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의견도 민주당엔 통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의회 다수 세력이 국민 전체의 이익를 어떻게 배반할 수 있는지 이보다 더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막가는 근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해원(解寃)이 똬리를 틀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던 비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무도한 수사와 여론 몰이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통한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해원을 위해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다. 노무현 한 사람의 원한을 풀려고 불특정 국민 다수가 범죄 피해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상이 되는 국가 기능 파괴의 아수라장을 만들겠다니! 그래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노무현 해원굿 제상에 국민을 돼지머리로 올리는 꼴이라고.
물어보자! 노무현이 정말로 "무도한 수사와 여론 몰이"로 유명(幽明)을 달리했나? 노무현은 부인과 자녀의 금품 수수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사건은 검찰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이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사로서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노무현의 뇌물 혐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의 죽음으로 공소권이 없어져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당시 검찰이 노무현을 수사하지 말았어야 했나? 한병도의 말은 그렇게 들린다. 그런 검찰이 바로 수사 여부를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정치 검찰'이다. 정치 검찰을 없애겠다면서 노무현에 대해서는 정치 검찰이기를 요구하다니 참으로 지독한 자기모순이다.
더 큰 문제는 노무현 해원을 내세운 보완수사권 폐지가 해원이 아니라 노무현의 이름을 더럽히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노무현의 영혼이 복수에 사로잡혀 애먼 사람에게 엉뚱한 앙갚음도 마다 않는, 토라진 원귀(寃鬼)로 비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한병도의 말에 무엇이라고 할까? 잘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지 말라고 할까? '인권 변호사'로 약자의 편에 섰던 노무현의 행적에 비춰 보면 그러지 말라고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수 국민을 범죄 피해자로 만들 보완수사권 폐지는 해원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양심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말이다.
진도 씻김굿( '원한을 씻어준다'고 해서 붙은 명칭으로, 지방마다 있으며 경상도에서는 '오구굿'이라고 한다) 같은 해원 의례는 죽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전국의 굿판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며 30여 년간 그 현장을 기록한 사진작가 고(故) 김수남은 "굿은 결국 산 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굿으로 산 자는 삶을 이어갈 힘을 얻고, 망자는 현세를 마무리하고 내세로 향한다. 이들 모두를 위로하고, 서로 작별을 고하며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죽음은 끝이 아닌, 삶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해원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해원은 해원이 아니라 또 다른 결원(結怨)이자 포원(抱寃)의 양상이다.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한병도 무리'들은 노무현 해원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의 사위 곽상언 의원의 말은 민주당이 곱씹어 봐야 한다. "제도를 만드는 일은 원한을 푸는 일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서 많은 국민을 보호받도록 하는 일이다."





































댓글 많은 뉴스
원내지도부와 충돌한 권영진 의원 두고 TK 정가 들끓어
李대통령, 7박 11일 '지구 반 바퀴 외교전'…美 빅테크·남미 정상 만난다
"李대통령 '더불어근저당'이 통상적 거래?"…지지율 '폭락'이 대신 답했다[금주의 정치舌전]
李대통령, '샌프란 AI 선언'…"혁신과 투자 무대로 韓 선택 해달라"[전문]
"최종 투표율만 맞으면 된다"…선관위 직원들 '투표 통계 조작' 해명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