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노." 그냥 경상도 사투리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끔찍한 말로 들리는 모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했다는 것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유튜브 방송에서 이 말을 썼다며 일베식 표현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비판이 쏟아지자 아이돌 그룹 리센느를 겨냥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문제는 리센느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 정치가 검열을 시작했다는 게 진짜 문제다. 물론 조 전 대표가 처음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전에 배재고 야구 선수들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가 큰 경을 쳤다. 또 그전에 스타벅스 코리아 사태가 일어났다.
5월 18일,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할인 행사를 두고 5·18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광주시는 "5·18과 민주주의 역사를 조롱했다"며 시 주관 행사에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금지했다. 광주의 스타벅스 코리아 기자회견장에는 깨지고 찌그러진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들이 나뒹굴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5·18이나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거나 폄훼하면 더 강력히 처벌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압권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대못을 박았다. 대통령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야 할 위치에 있는 존재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뽑은 것이다. 그런데 팔뚝부터 걷어붙였다. 또 대통령의 말은 그저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닌 국가의 최종 결정을 뜻한다. 그런 대통령이 무려 4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법무부, 행안부, 국방부 등도 스타벅스 제재에 합세했다. 진위도 밝혀지지 않은 일에, 그것도 민간 기업의 영업 행위에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한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몇 가지 우연이 겹쳤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가 해임됐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대통령이 악담을 쏟아내며 칼을 휘두르는데 '변명'이 가당키나 한가.
스타벅스 탱크 데이부터 배재고 사태, 그리고 '무섭노' 논란까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이 사태를 가로지르는 한 가지 문제는 "무얼 말하고, 무얼 말하지 말아야 할까"였다. 즉, 표현의 자유 문제였다. 스타벅스 할인 행사는 규모가 큰 대기업의 영업활동이다. 그러나 배재고 사태는 나이 어린 선수들의, 어찌 보면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무섭노' 논란은 유튜브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한 개인의 말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렇게 터부의 칼끝이 생활세계의 밑바닥까지 도달한 셈이다.
문제는 속도다. 터부를 밀어붙이는 사회 한쪽의 집단심리가 가히 물밀듯이 사회 전체를 장악하려고 했다. 아무리 옳아도 사회에 하나의 견해만 존재하고, 개인의 언어생활까지 가타부타 검열하고, 터부를 어기면 국가가 처벌에 나서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 사회, 남조선이 돼 가노"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5·18이 성역이 됐다"며 비판한 이병태 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의 강력한 압력에 물러났다. 하지만 사퇴의 변에서 그는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관점에서 2021년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5·18이 옳다는 것, 그리고 그걸 부인하면 처벌하는 게 민주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나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를 정면에서 제한"하기 때문에 "5·18의 기본 정신과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말의 자유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겉으로 아무리 정의가 흘러넘쳐도, 이견이 없는 사회는 사실은 지옥의 한복판에 서 있다. 북한을 보라. 민주주의의 목표는 정의로운 사회 이전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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