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이라는 포부를 제시했지만, 불확실 위기에 놓인 시장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환율과 부동산, 통상 리스크 등 현안에 대한 진단은 비교적 정확했으나,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구체적 경로(經路)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특별한 대책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단이 가동 중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환율이 1,480원 선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면에서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만으로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도 진단과 처방 사이의 간극(間隙)이 컸다. 대통령은 평균적 노동자가 주택을 마련하는 데 월급을 꼬박 모아도 15년이 걸린다는 현실을 짚었지만,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세제 정책에는 거리를 뒀다. 과열 국면을 조정할 장치를 배제한 채 중장기 공급 확대에만 무게가 실리면 시장 불안은 커질 수 있다. 코스피 상승을 주식 시장의 정상화로 규정했지만 코스피 4,900선 돌파는 일부 대형주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부분 종목은 오르지 않았으니 급락할 일도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지수의 지속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는 거리가 있다.
반도체 통상 문제 역시 아쉽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미국 물가도 오른다"는 발언은 협상용 수사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 강화 국면에서 반도체 산업의 충격을 완화할 복안이 필요한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정책의 성패는 방향이 아니라 집행에서 갈린다. 환율·부동산·주식·통상을 모두 관리하겠다는 선언은 있었지만, 어느 위험을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구체적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불확실성 진단에 멈출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할 속도와 순서를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밀도(密度)가 비워진 말은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시장은 이런 공백을 가장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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