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문세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문세는 내 20대를 지켜주던 가수 중 한 명이었고, 어릴 때는 콘서트마다 곧잘 따라다니곤 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 소식에는 예전같지 않은 모습으로 내 추억이 얼룩질까봐 마음이 동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콘서트 전날 밤 혹시나 하고 들어간 예매 사이트에 남아있는 표를 보고 마음이 바뀌어 예매를 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문세는 나의 추억들을 완벽하게 소환시켜 줬고, 나는 콘서트 내내 울고 웃으며 내 안에 남아있던 나의 20대를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와서 보니 손목에 찼던 야광봉을 어찌나 흔들었던지, 손등에 멍이 들어 있었다. 나보다 14살이나 많은 60대 중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만 명의 관객을 울고 웃게 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했다. 그랬다. 이문세는 어제,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완벽하게 본인의 할 일을 해냈다.
無所得 有所用 (무소득 유소용)은 나의 인생관이자 신념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져갈 것은 없지만, 나의 쓰임은 있다는.
나는 재활의학과, 게다가 주로 소아환자들을 보다 보니 아이를 걷게 하고, 말하게 하고, 학교를 잘 다니게 하는 걸 넘어, 그 아이가 이 사회에 잘 자리매김해서 좋은 인재로 쓰이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큰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각자 본인의 그릇에 맞춰, 잘하면 잘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쓰이게 하고 싶다. 예쁘고 반질반질한 사과만 사과인가, 못난이 사과도 사과는 사과인 것처럼 말이다. 작더라도 세상에 자기 역할이 있을 때 생기는,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자긍심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은지는 계부의 성폭행 때문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고등학생이다. 시설에 오기 전에는 원조교제나 조건만남으로 용돈벌이를 했다고 했다. 초진 때, 웃으면서 계부에게 맞은 얘기를 하는 은지를 보며 마음이 많이 시큰거렸다. 은지는 우리 병원에서 1년반 쯤 심리치료를 했다. 은지 1명에 선생님들 3명이 들어갔었다. 같이 배드민턴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마음 주고받기도 했었다. 치료를 시작할 때 걱정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은지는 잘 따라 주었고, 병원에 다니는 동안 원조교제나 자해행동도 없었다.
1년쯤 지났을 때, 은지에게 대학 진학을 제안했다. 형편도 좋지 않고 기술이 없는 은지가 사회생활하는데 대학 졸업장이 있는 게 그래도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 리스트를 보여주며 얘기했지만 은지는 돈 버는 게 우선이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몇 달 후엔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내가 은지였어도 포기하고 싶은 것 투성이고 참 힘들었을 텐데, 진심으로 기특하고 대견했다.
지난주 병원실습을 한 물리치료학과 학생이 마지막 날 인사를 하며, 내가 치료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아직 학생인데 걱정되는 게 당연하지 어떻게 자신이 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아직은 싹도 안 났는데 열매 맺을 걱정일랑 하지 말고, 찬찬히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된다고. 그럼 어느샌가 잎도 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거라고. 하지만 싹이 났다고 자만하거나 꽃이 피었다고 끝이 아니라고, 열매가 맺고 나서도 그 열매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아니 열매가 떨어지고 나서도 그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고.
내가 우리 병원에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약속하는 두 가지가 있다. 이 공간 안에서 평안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당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의 쓰임새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쓰임으로 보다 발전한 상대방은 또 다른 이를 위해 잘 쓰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면 이 혼란하고 외로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게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쓰임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이문세의 노래들을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다.
손수민 손수민재활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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