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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쌤의 리얼스쿨] 바쁜 일상 속 독서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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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 읽으며 자신을 비춰보도록 설계
자신과 대화 나누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독서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독서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독서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단원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칠판에 나와 한 줄씩 써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똑똑해지기 위해서' '재미있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등 갖가지 이유가 제시됐다.

◆지식을 쌓기 위한 독서

대다수의 의견은 책을 읽으면 성적도 올라가고 지식도 많이 쌓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

"지식 쌓고 똑똑해지면 그 다음엔 뭐 할래?"

학생들이 답했다.

"똑똑해지면 좋잖아요."

"뭐가 좋은데?"

"그거야 당연히 좋으니까 좋죠."

100명 넘는 학생들에게서 비슷한 답을 듣다가 칠판 모퉁이에 적힌 한 가지 답이 눈에 띄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

나는 그 답을 쓴 학생에게 왜 그렇게 썼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제가 불쌍하게 생각하는 캐릭터가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안에서 어떤 부분이 건드려질 때 제 마음이 약해지는지 알게 됐어요."

학생들은 '독서를 통해 나를 안다고?'라는 눈빛을 보이며 꽤 놀란 듯했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독서를 통해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낯설다는 눈치였다.

◆독서는 나를 비추는 거울

소설 '보리 방구 조수택'(유은실 지음)에는 친구에게 상처 준 아이가 후회하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 '하늘은 맑건만'(현덕 지음)에서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 주인공이, 소설 '옥상 위의 민들레꽃'(박완서 지음)에서는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는 해당 작품 중 하나만 교과서에 실려 있어도 꼭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읽게 한다. 읽고 나서 학생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독후 활동으로 느낀 점을 발표하게 하면 갖가지 사연이 등장한다. 내가 상처 줬던 어떤 친구에 대한 기억과 그에 대한 미안함, 양심에 따라 떳떳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경험과 부끄러움, 열정을 갖고 살아가야겠다는 결심 등이 그것이다.

학생 중 몇몇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분명 책에 대해서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내보인 느낌이 든다. 당연한 반응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 나 사이의 내밀한 만남이며 우리는 문장을 읽으며 자신을 비춰보도록 설계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때면 나는 학생들에게 내 어린 시절 모습을 들려준다. 어릴 적 내 성적은 매번 꼴찌였다. 꼴찌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나를 무시할 때마다 나는 책 속 세상으로 들어갔다. 그런 행위가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게 된 것 같다고 학생들에게 얘기해준다. 남의 말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릴 때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다는 진실을 알게 되려면, 세상이 정해둔 정의를 나만의 가치관으로 재정의하려면,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려면 꼭 책을 읽어야 한다고도 말해준다. 학생들은 선생님도 공부를 못할 때가 있었느냐며 다행이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선생님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도 한다. 한 여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내게 따로 쪽지를 주고 갔다. 그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안 그래도 요즘 친구 관계로 마음이 힘들었는데 오늘 선생님 수업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상하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정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저도 책을 많이 읽고 조용히 저만의 생각을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정성껏 답장을 써주었고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책도 한 권 선물해 주었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뒷전일 때가 많다. 내가 어떤 지점에서 웃는지, 우는지, 지금 내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내 삶에 만족하는지 아닌지,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부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고 있는지 생각할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때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책을 펼쳐 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 책을 펼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구절 앞에 잠시 머물러 보자. 많은 구절 중 왜 하필 그 구절에 머무르고픈지 생각하며 그 문장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과도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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